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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낮은 목소리] 이제 ‘성소수자’라는 용어는 상식입니다 / 이종걸

등록 2011-07-07 19:25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그대에게.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를 비롯해 성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을 통틀어 ‘성소수자’라고 합니다.(영문 표현으로 ‘sexual minority’ 또는 각각의 영문 표현인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Questioning의 앞글자를 따서 ‘LGBTQQ’라고도 말합니다.) 이런 단어가 생소하다면 -그대는 자신을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아직 상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네요. 아시죠? 한국에도 많은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한 것을요. 홍석천·하리수씨를 비롯해 18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레즈비언 최현숙씨, 퀴어영화 감독인 이송희일·김조광수 감독, 게이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에 출연한 네 명의 주인공과 감독, 그리고 세 명의 성전환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3xFTM>의 세 주인공 등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들은 1993년부터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성소수자의 인권모임 ‘친구사이’ ‘끼리끼리’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연세대·서울대의 ‘컴투게더’ ‘마음001’ 등 대학 내 모임,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 등 피시통신 내에서 존재한 동호회 등 이미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적극적으로 모임을 형성했습니다. 성소수자들도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인생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으니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한 것이지요. 2000년부터는 ‘퀴어문화축제’가 시작해 매년 5~6월에는 퀴어 퍼레이드, 영화제, 토론회, 전시회,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아직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성소수자는 다수인 이성애자 앞에 굳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필요가 없을 뿐이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한국 최초의 게이 코러스 ‘지보이스’(G_Voice)가 자작곡 <어디에나 있어>라는 제목의 노래에서 “마음을 열어봐요, 아 곰곰이 생각해봐요. 우린 어디에나 있어. 바로 당신 눈앞에 있어요”라고 표현했을까 싶어요. 이 가사는 실제 사례를 소재로 삼은 것인데요. 10년 동안 함께 지내는 레즈비언 커플 중 한 명에게 한 선배가 지독한 오지랖으로 남편은 무슨 일 하는지, 요리는 잘하는지 물을 때 남편은 없다고 힌트를 주지만 기어이 “그럼 기러기 부부냐?”라며 답답한 질문을 해대는 것이죠.

이렇게 일상에서 은연중에 존재하는 차별이나 억압을 넘어서, 학교에서 존재하는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아우팅과 집단 따돌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HIV/AIDS)와 감염인 인권에 대한 몰이해, 군대 내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교도소 및 수용시설 내에서의 차별 등 어느 곳에서나 차별과 억압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는 한국에서 가장 차별받는 집단이고, 가장 이웃으로 지내고 싶지 않은 가족에 해당합니다. 그렇다고 기죽어 살 우리들이 아니지요. 성소수자는 당당하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나 책, 공연 등 문화적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있고, 잘못된 미디어의 보도나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거권·노동권·평화 등 사회적으로 주요한 이슈에도 빠짐없이 참여합니다. 9일 부산 한진중공업 공장으로 출발하는 2차 희망버스 대열에도 ‘퀴어버스’란 이름으로 함께 한답니다.

얼마 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결의안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 결의안에 적극적 지지를 표명했고, 한국 정부도 역시 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한국에서도 시민사회가 동성 간의 관계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장하는 법안의 초안 작업을 하고 있고요. 그대에게 부탁드려요. 언제 어느 곳에 성소수자가 있을 수 있고, 그들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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