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 주한외국인유학생협회 대표
제도적 차별보다 더 힘든 건
같은 학생들로부터의 차별…
유학생이 갖는 긍정 이미지가
곧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길
같은 학생들로부터의 차별…
유학생이 갖는 긍정 이미지가
곧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길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OOOO.”
최근 이러한 문구를 대학 캠퍼스에서나 여러 외국인 관련 기관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행사가 필요할 만큼 그들의 수가 증가했으며, 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러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무엇인가 어려운 점이 있으며, 이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2008년 뉴스를 통해 향후 몇 년 내 유학생 10만 시대, 2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기사와 함께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한 학생의 유학 포기 사례를 접하게 됐다. 유학생 증가와 유학을 포기한 학생,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 기사를 좀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유학 포기를 결심한 학생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런 결정을 했겠지만, 그 당시 나는 막연하게 그 학생에게 한국에서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캠퍼스 내 좋은 교육 여건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왜 포기를 할까, 무엇이 힘들까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들이 어렵게 결정한 유학생활을 포기하겠다는 결심을 내리기까지 한국 사회, 학교, 같은 과 학생들로부터 그들이 느꼈을 차별의 정도는 부지불식간에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지난 수십년간 유학생활을 하며 많은 차별을 받았을 것이다. 아마 지금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 나라 교육시스템, 사회 분위기로 인한 제도적 차별보다는 같이 공부하고 있는 옆자리 학생들로부터 받는 차별이 가장 큰 상처로 느껴지지 않을까?
관련 단체를 운영하며 외국인 유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한국어가 어렵다”, “취업을 하고 싶다”와 함께 “한국인 친구가 없다”, “한국 학생들과 친구가 되려 해도 쉽지가 않다”는 말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 친구란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맺어지는 관계인데, 자국 유학생들끼리만 모여 생활하고 오랜 한국 생활 속에서도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려 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을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으로 바라본다면 새로운 환경을 낯설어할 그들에게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 브랜드 제고라고 하면 우리는 으레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상품 수출, 유명한 연예인들의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한국 학생들이 따뜻하게 대해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갖게 될 긍정적인 이미지가 바로 국가 브랜드 제고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매스컴을 통해 수차례 언급된 정부의 제도적인 문제점,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유학생 선발, 캠퍼스 내 인종차별 등등 갖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정부나 학교 차원의 노력 이외에도 민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민간 외교관들이라 할 수 있는 한국 학생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 관련 기관, 대학 등의 주관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외국인 유학생 행사에 자연스레 한국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현재 우리 단체는 80여개국 3000여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말레이시아 학생을 만나 시작한 작은 활동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건 바로 친구라는 단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문화 체험, 체육대회, 언어교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가장 보람 있고 뜻깊었던 순간은 모두 한국 대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들이 친구가 되어 하나로 어울렸던 행사였다.
요즘 사회는 한국 학생들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해 세계를 무대로 넓은 꿈을 펼치라고 말한다. 그 하나의 방법이 외국인 유학생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유학생을 통해 세계 각국의 문화·경제·사회 등에 대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한 점진적인 인식의 변화로 언젠가는 외국인 유학생 증가가 아닌, 유학을 포기하는 외국인 유학생 감소라는 기사를 보게 되는 시기가 오리라 생각한다.
이종길 주한외국인유학생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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