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태 중부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지하셋방의 주거환경에 대한
깊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택은 인간다운 삶의 근거지다
깊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택은 인간다운 삶의 근거지다
필자가 어릴 적, 셋방이란 대개 도시형 한옥의 문간방을 세놓는 방식이었다. 독립성이 없으니 주인집 눈 치 보기를 비롯해서 셋방살이의 설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본래 하나인 주택의 일부를 사용하는 것이라서 집주인과 세 사는 집이 적어도 같은 햇볕과 같은 바람을 공유했다.
‘반지하방’이라 불리는 지하셋방이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 주택 부족과 부동산가격 폭등이 심화되면서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대량으로 지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임대 혹은 분양 면적의 극대화가 목적이니 주거에 적합한지는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건축법상 용적률 계산에서 지하가 제외되기 때문에 수많은 지하셋방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무계획적인 고밀도 주거형태는 도시환경과 세입자의 주거환경에 모두 부담이 되었다. 사람이 살 만한 공간을 위한 제도적 배려는 거의 없었다.
이번 물난리 때도 지하에 사는 분들 중에는 방에 들어온 물을 퍼내는 어려움을 겪은 분들이 있다. 트위터에 ‘지하방살이의 설움’을 물어보자 수많은 분들이 지하방에 살면서 겪는 다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이분들의 이야기는 대개 일치했다.
“물난리가 아니라도 너무 습하다, 곰팡이가 피고 빨래도 마르지 않는다, 냄새가 난다, 너무 어둡다, 밤낮의 구분이 약해져서 생활리듬이 깨진다, 각종 벌레가 서식하고 쥐가 넘보기도 한다, 자동차 매연이나 먼지가 많이 들어온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 발자국 소리나 소음이 심하다, 하수가 역류하기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방범상의 취약점이 있다, 이는 종종 절도나 강도와 같은 범죄, 여성의 경우에는 엿보기 등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알레르기·면역약화·피부병·호흡기질환·우울증 등 건강상의 문제가 생긴다.”
물론 방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고, 분명히 살 만한 지하셋방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하셋방의 주거환경에 대한 깊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거는 삶의 너무나 소중한 조건이다. 주택은 단지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근거지이고 프라이버시 및 재충전의 공간이다. 문제가 있는 주거가 주는 삶의 곤고함은 사람을 너무 지치게 한다.
그래서 주요한 국제적 인권문서들은 주거의 권리를 기본적인 인권의 중요한 일부로 다루고 있다. 주거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수준으로서의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를 의미한다. 더 구체적으로 적절한 주거란 적절한 사생활 보호, 적절한 공간, 물리적 접근성, 적절한 안전성, 점유 안정성, 구조적인 강정성과 내구성, 적절한 조명, 난방, 환기, 물 공급과 위생 및 쓰레기 처리 시설과 같은 적절한 기반시설, 바람직한 환경의 질과 건강에 관련된 요소들, 일자리와 기본적인 편의시설에서 멀지 않은 적절한 입지 등을 의미하며, 이 모든 것을 ‘부담할 만한 적절한 지출’을 통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유엔 하비타트 의제)
지하셋방을 포함해서, 현재 우리 사회에 있는 주택들은 과연 이러한 최소 주거기준에 부합하는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고 서울도 97%에 이른다. 더 많은 주택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주택 역시 공급보다는 분배, 양보다는 질을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모든 사람은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살 권리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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