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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낮은목소리] 나는 속좁은 남편이었소 / 이성수

등록 2011-10-13 19:45

이성수  두란노아버지학교 부부학교팀장
이성수 두란노아버지학교 부부학교팀장
이성수 두란노아버지학교 부부학교팀장
많은 부부들이 결혼하여 행복해지길 바라며 열심히 살아가는데, 정작 작은 일 때문에 심하게 다투고 서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줘 힘들어하는 부부를 부부학교에서 많이 만난다. 그럴 때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금 더 기다려 줘야 한다”는 말로 위로하곤 하지만 되돌아보면 우리 부부의 삶도 만만치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유교적인 관념이 강한 종갓집 장손으로 제사와 각종 집안 행사가 한 달에도 수차례였다. 그럴 때마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로하기는커녕 “최상의 것으로 준비하라”고 잔소리를 하거나 “부모님 모시고 사는 제수씨가 더 힘들다”며 화를 내는 속좁은 남편이었다. 퇴근 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고함을 쳐 놀라 방으로 들어가게 해 놓고선, 나 혼자 리모컨을 누르며 거실에서 빈둥대던 한심한 아빠였다.

처음 지인의 소개로 등 떠밀려 가게 된 부부학교에서 아내의 두 손을 마주 잡고 두 눈을 바라봤을 때는 너무나도 어색해 눈길을 돌렸었다. 그런데 아내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며 가슴 깊은 상처를 느낄 수 있었다. 볼을 맞대며 포옹할 때 그동안 아내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감하게 되었다.

아내는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내가 10년만 살고 안 산다, 안 살아” 하며 내가 변하길 원했다. 난 내 기준을 세워놓고 아내의 생각이 틀렸다고 지적하며 갈등만 부추겼다. 강의를 들으며 진작 아내의 말에 공감해주지 못했음을 후회했다.

유언장 쓰기를 하면서 아내와 가족과 함께했던 지난날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느꼈다. 부부싸움을 했어도 남들 앞에서는 행복한 척하는 체면 문화가 내게도 깊이 뿌리박혀 아내와 자녀를 힘들게 했음을 고백했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집안 청소를 열심히 해놓은 아내가 정리를 하지 않는 내게 왜 짜증을 내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욕실을 나설 때 물청소도 하고, 집안 정리도 잘하게 되었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배우자의 성격 차이만 운운하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무늬만 부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문제를 껴안은 채 집안에만 갇혀 있지 말고 부부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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