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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낮은목소리] 인간은 따뜻하게 살 권리가 있다 / 원기준

등록 2011-11-24 19:36

원기준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
원기준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
원기준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
직접적 연료지원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 에너지복지제도 시급
세상에 가장 서러운 것을 꼽자면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춥고 배고픈 것을 꼽을 것이다. 왜냐하면 등 따습고 배부른 것이 인간 생존을 위한 기본인데 그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기에 서러운 것이고, 또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복지포퓰리즘이란 말이 논란이다. 마치 우리 사회가 복지과잉 때문에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복지가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춥고 배고픈 우리 이웃들이 너무나 많은 게 현실이다. 배고픔보다 추운 설움이 더 참기 어려운 고통이라는데 한겨울 추위에 떨지 않고 따뜻하게 사는 것은 복지를 넘어선 최소한의 시민적 권리라 생각한다. 모든 국민은 따뜻하게 겨울을 날 권리가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사에서 “이번 겨울 서울 하늘 아래에서 밥 굶고 냉방에서 자는 사람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희망온돌’ 사업을 시작한 것은 에너지복지를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정부에서도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사업과 난방연료 긴급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저소득층 연탄사용 가구에 연탄쿠폰을 지급해오고 있지만, 재원이 많지 않아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시혜적 접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에너지복지를 시민적 권리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 연방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저소득가정 에너지보조 프로그램’(LIHEAP)이나 영국의 ‘에너지빈곤층 지원전략’(2001년) 등이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 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효율 향상 수단을 제공하고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정책들이 민간영역의 자발적인 협력과 연대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처럼 이미 우리 사회에서 저소득층의 겨울나기를 돕고 있는 다양한 사회복지기관·봉사단체들과의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

연탄에 국한해서 이야기해본다면 전국적으로 대략 20만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정부가 300여장 상당의 연탄쿠폰을 8만여가구에 지원하고 있고 ‘사랑의연탄나눔운동’뿐 아니라 다양한 복지단체·사회봉사단체들이 전국적으로 수만가구에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연탄배달 봉사가 많이 늘고 있는 반면 지방의 작은 시·군에는 자체 재원도 없고 후원과 봉사인력도 많이 부족해 정부의 쿠폰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겨울을 보내기에는 연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개 한 가정이 연탄으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많게는 1천장이 필요하다.

더구나 연탄배달을 나가보면 연탄사용 가구의 집들이 지붕도 새고 워낙 낡아 난방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슴이 미어진다. 이들은 전세나 월세를 살면서 집을 고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집주인은 보상을 염두에 두고 집을 고치는 것에 별로 미련을 두지 않은 채 방치해놓는 것이다. 에너지빈곤에 대한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당장은 연탄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우리 사회에 연탄을 통한 나눔과 봉사가 크게 확대되고 있어 연탄사용 저소득가구에 연탄지원은 더 많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이에 발 맞추어 정부 차원에서 연탄은 물론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비싼 석유나 전기로 겨울을 나는 수많은 에너지빈곤계층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 리영희 선생이 사랑의연탄나눔운동 후원의 밤에서 “나눔을 ‘내 것을 너에게 조금 나눠 준다’가 아니라 ‘본래 네 것을 되돌려 준다’는 의미로 써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귀에 생생하다. 국민이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권리도 진정한 나눔을 통해 실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스스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연탄배달 봉사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감동적인 모습에 책임 있는 정책으로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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