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휴학 30%에 복학 16% 그쳐
노동의 밑바닥을 채우는 그들
이제 분노는 사회로 향한다
노동의 밑바닥을 채우는 그들
이제 분노는 사회로 향한다
전태일 열사는 언젠가 일기에 ‘대학생 친구가 한 명만 있었다면 좋겠다’고 썼다. 노동현장에서 대학생을 만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만약 전태일 열사가 지금 시대에 살아있다면 대학생들을 만나기가 좀더 쉬웠을 것이다. 아마도 대학생들이 2011년의 전태일이 노동하고 있는 바로 그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공부를 중단하고 노동을 하는 2011년의 대학생들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대학에 다니기 위해 공부를 중단하고 노동현장으로 가고 있다. 학업을 중단하고 일을 하는 대학생들의 대부분은 고액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휴학한 학생들이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 휴학률이 3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몇명이나 다시 학교로 돌아올까?
안타깝게도 복학률은 16%에 불과하다. 전문대의 경우 휴학률은 올라가는데 복학률은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경제상황도 더 안 좋은 경우가 많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느끼면서 학교에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청년들이 휴학을 하면서 “과연 내가 학교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군입대 휴학이 아닌 경우 2년 정도를 휴학의 마지노선으로 주고 있다. 결국 2년 안에 충분한 돈을 모으지 못하면 학교로 돌아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혹여 학교로 돌아오더라도 또다시 등록금을 벌러 학교를 떠나서 일하러 가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어떤 학생들은 결국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한국의 대학 중퇴 비율이 지난 10년 사이 2배로 늘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등 혁신적인 정보기술(IT) 사업가들이 모두 대학 중퇴자라 해서 ‘왜 아이티 천재들은 대학 중퇴자들이 많은가?’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그럼 과연 대학 중퇴자가 2배나 늘어난 한국에도 지난 10년간 아이티 천재가 2배나 늘었다는 이야기일까? 당연히 아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혁신적인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커피전문점으로, 편의점으로, 때로는 파견노동자가 되어 제조업 공장으로 가고 있다. 비정규직의 가장 밑바닥을 대학을 중퇴한 청년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학력차별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모두가 대학을 억지로 가야 하는 기이한 현실은 문제가 많다. 하지만 다수의 학생들이 어려운 경제상황과 고액의 등록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현실은 마냥 우리를 슬프게 한다. 대학의 근본 목적이 지성인을 만드는 것이든 아니면 노동시장에서 더 잘 활용될 인재를 만드는 것이든 수천만원의 돈을 내야만 그것이 가능하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중도에 떠밀려나야 하는 현실은 수많은 청년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가난했던 1960~70년대에는 집안에서 한명의 성공을 위해 다른 형제·자매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형제·자매의 학업 포기로 맺힌 한과 대신 성공한 누군가에 대한 원망은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쓰이곤 했다. 이제 고액의 등록금과 생활비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대학생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 원망과 한은 이런 사회를 만들어낸 기성세대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그 자체를 향할지도 모른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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