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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인수 킴 버그’ 스토리

등록 2011-12-12 19:14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정치인은 ‘어두운 점’을 찾지만
김인수는 ‘밝은 점’ 찾기에 몰두했다
선거때도 ‘비전’을 보고 뽑아야 한다
기계가 고장나고 신체에 질병이 들었다면 당연히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이 나온다. 마음의 병은 어떨까? 전통적 심리치료에서도 문제점 파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역발상으로 접근해 성공한 한국인이 있다. 외국에서는 인수 킴 버그(Insoo Kim Berg)로 알려진 세계적 심리상담학자 김인수(1934∼2007). 그는 70년대에 진정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부정적 문제보다는 긍정적 해결책 마련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인수는 남편인 스티브 드 셰이저(1940∼2005)와 함께 ‘해결중심모델’이란 새로운 틀을 제시했고, 이는 지금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스탠퍼드대의 칩 히스와 듀크대의 댄 히스 형제가 쓴 <스위치>란 책을 보면 ‘밝은 점’을 찾는 것이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김인수를 인용한다.

이 책에 소개된 한 가지 사례. 1990년 국제기구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던 제리 스터닌은 베트남에 파견되어 최소한의 자원으로 6개월 안에 아이들의 영양실조를 퇴치해야 하는 힘든 업무를 맡았다. 그는 위생 설비나 주민들의 인식 부족 등의 문제점 등이 ‘옳은 소리이지만 현실적 해결이 힘든’ 상황임을 깨닫고, 반대로 작지만 의미있는 성공사례, 즉 ‘밝은 점’을 발견하고 확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영양상태가 양호한 가정에서는 논에서 잡은 작은 새우와 게를 고구마잎과 함께 밥에 섞어 먹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밝은 점’에 착안해 마을 사람들을 모아 새우와 게, 고구마잎으로 요리를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놀랍게도 6개월 만에 아이들 중 65%의 영양상태가 개선되었고, 스터닌이 마을을 떠난 뒤에도 건강상태는 지속되었다.

경영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데이비드 쿠퍼라이더 교수가 창안한 긍정평가탐구(Appreciative Inquiry)와 관련된 한 가지 사례. 자동차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의 비피 프로케어(BP Procare)에서는 소비자 만족도가 79%에 그친다는 사실을 접하고, 대규모 연구를 통해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21%”에 대해 분석한 뒤, 이 결과를 조직 내에 발표했다. 하지만 이 부정적 문제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자 내부에서는 문제점에 대해 서로 비난하거나 책임을 미루는 경향을 보였고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결국 이들은 초점을 바꾸어 “서비스에 만족한 79%”에 대해 분석한 뒤, 이를 조직 내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택했고, 소비자 만족도를 급격히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해결중심모델, 밝은 점 찾기, 긍정평가탐구 등은 모두 긍정적 해결책을 발견하고 이를 확산하여 부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제점 지적이 ‘옳은 소리’라 하더라도, 이 부정성에 대한 인간적 반응이 방어적이거나 상호 비난으로 치우쳐 결국 일을 그르치는 상황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정치에서도 상대방의 문제점을 ‘터뜨리는’ 정치인은 많지만,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갈등이나 경제위기에 대해 소신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인물은 흔치 않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끼리’ 정치인들을 욕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투표권 행사를 통해 ‘그들에게’ 뚜렷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올 한해 경험했다. 두 번의 중요한 투표가 있는 새해가 한 달도 안 남았다. ‘비전’이라는 말로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남발하고, 상대방의 문제점을 물고 늘어지는 정치인보다는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해결책을 갖고 나오는 리더를 기다린다. 문제점만 말하는 사람이 진짜 문제일 수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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