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연말 보내는 아이들
꿈을 정하지 못한 나에게
올해는 고민의 한 해였다
목도리 직접 떠서 선물할 거다
그 따스함이 전해지길…
꿈을 정하지 못한 나에게
올해는 고민의 한 해였다
목도리 직접 떠서 선물할 거다
그 따스함이 전해지길…
나는 우리나라의 사계절 중에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한 해의 마지막에 찾아오는 겨울에는 차가운 옷을 입은 바람이 소매나 바짓단의 작은 틈 사이로 순식간에 새어 들어와 내 몸의 체온을 가져간다. 내 몸을 둘러싸고 있던 따스함이 사라져가는 그 느낌은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온다는 것을 알려주어 기쁘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각자의 일을 잠시 내려놓고 모이는 날이다. 항상 이맘때가 다가오면 우리 가족들은 먼저 나서는 행동력을 보여주며 바쁘게 움직인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먼저 선생님들은 가장 큰 트리를 골라 집 앞 현관 중앙에 세운다.
우리들이 오고가는 길목에 꼿꼿이 서 있는 트리는 얼른 꾸며달라는 듯, 얌전히 서 있다. 그 모습을 본 작은 꼬마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공을 하나씩 들고 우르르 몰려와 “저 위에 달아주세요. 아니요. 조금 더 위에요”라고 외치며 제 것을 가장 높이 달아달라고 서로서로 외친다. 그러면 키가 큰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어깨 위에 태워준다. 또, 공들이 모두 위로 몰려 꾸며지지 않은 아래쪽을 걱정하는 선생님들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달래기도 한다. 선생님들이 낮은 곳에 다는 것이 더 예쁘다고 말하며 달래면 아니라고 칭얼거리는 아이들의 소리는 집안 가득 퍼져 웃음을 자아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들의 트리는 크리스마스 날, 우리 집 현관에서 손님들을 가장 먼저 맞이할 것이다. 또한, 얇은 줄에 매달려서 기둥과 벽을 장식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소원카드가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온다. 빨강, 초록, 노랑 등 여러 가지 색지들을 잘라 만든 카드에는 우리들의 소원이 가득하다.
또박또박한 글씨체로 “이번 한 해의 마지막이 조금 더 즐거움이 가득하게 장식되길 바랍니다”라고 어른스럽게 쓰인 소원부터 삐뚤빼뚤 커다랗게 “놀이공원에 놀러 갈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쓰인 귀여운 소원까지. 각각의 소중한 소원들이 넘쳐나는 우리 집은 점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와 함께 우리의 기대도 커져간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선물을 받을까?” “커다란 상자에 담겨진 선물이 오면 좋겠다”라는 대화를 나누며,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것이다.
누가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런 선물을 받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다음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또 한 해를 보낼 것이다. 나의 이번 크리스마스는 조금 특별하게 보낼 것 같다. 이제껏 보내왔던 해 중에서 이번 해가 더 특별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번 한 해 동안 나는 많은 고민과 생각으로 혼란스러웠었다. 혼란스러움을 만들어낸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을 준비하는 18살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웠다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꿈을 정하지 못한 내가 답답했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내가 갈 수 있는 대학은 어디일지 고민하기도 전에 진로조차 정하지 못했었다. 마치, 토끼의 뒤에서 쉬지 않고 달려도 뒤처지는 거북이 같았다. 그런 나를 이끌어준 이들은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이곳에 온 뒤, 처음 새로운 학교를 다니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친구들이었다.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나에게 내가 모르던 나의 재능을 말해주며 나의 꿈을 같이 고민해주었다. “너는 지금껏 잘해왔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자신감을 잃어버린 나를 이끌어준 것이었다.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그들에게 내가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해주려 한다. 그것이 이번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보내는 이유이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여러번 실수도 반복했지만, 이제 거의 완성해간다. 확실히 정해진 나의 진로처럼 촘촘히 짜인 목도리는 나를 기쁘게 한다. 나의 친구들이 내가 직접 만든 목도리를 목에 두르며, 내가 느꼈던 따스함을 조금이나마 느끼길 바란다. 그리고 그 따스함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주면 좋겠다.
연재낮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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