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원 대전대 산업광고심리학과 교수
조직 내의 반복적 소통 좌절로
개인, 공격적 성향으로 변질…
권위주의·불공정으로 점철된
‘불통’ 조직문화 개선 시급하다
개인, 공격적 성향으로 변질…
권위주의·불공정으로 점철된
‘불통’ 조직문화 개선 시급하다
최근 잇단 청소년들의 자살소식이 우리 사회를 공황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청소년들의 자살에 학교 내 왕따와 폭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이 과연 바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만든다.
‘왕따 현상’은 최근 학생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시선을 돌리면 우리 삶의 곳곳에서 왕따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인 ‘사람인’의 조사를 보면, 직장인의 45%가 직장 내에 왕따를 당하는 직원이 있다고 답변하였다. 왕따 현상을 단지 교육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이다.
흔히 왕따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집단 따돌림은 한 개인 혹은 소수에 대한 다수의 억압이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왕따와 가장 다른 점은 직장 내 따돌림이 물리적 폭력이 아닌 은밀한 심리적 폭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가 되는 사원들은 작업 동기와 직무 만족의 저하가 나타나며, 심한 경우는 우울증·불안장애 등 정신과적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직장 내 집단 따돌림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그 원인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개인의 성격 때문으로 보는 경우와 사회 및 조직 환경의 영향으로 보는 두가지 관점에서 설명되고 있다.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피해자들의 주변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따돌림을 유발할 만한 성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체로 이들은 주변과 융화되려고 노력하지 않거나 무능하고 공격적이거나 과도하게 이기적이어서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불쾌감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집단 따돌림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들에서도 이들이 스트레스에 의해 쉽게 부정적 감정이 유발되는 ‘불안정성’ 성격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져 있다.
하지만 집단 따돌림을 개인의 성향 탓으로만 보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따돌림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하지 않다. 개인적 성향보다 사회적 분위기 및 조직 내부의 영향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직장 내 집단 따돌림이 흔히 일어나는 조직에서는 단절된 의사소통이 관찰된다. 모든 의사소통은 수직적이며, 실무자들의 건설적 비판이나 변화 요구는 묵살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구성원들은 반복된 좌절을 경험하게 되며, 이 좌절은 강한 공격성으로 변질되어 새로운 분출구를 찾게 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달라드는 개인의 좌절이 공격성을 유발하게 되며, 그는 공격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되는 무고한 사람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게 된다고 보았다. 많은 심리학 실험들은 실험 상황에서 좌절 경험을 겪은 피험자들이 실험과 무관한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입증해 보인 바 있다.
이와 같이 집단 따돌림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한번 솔직하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라. 학창시절 혹은 직장에서 한번쯤 누군가를 따돌리는 데 동참하거나 이를 뒤에서 묵인했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 왕따를 방관하거나 이에 동참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80%를 넘었던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집단 따돌림을 예방하려면 그 원인에 따른 다양한 처방이 요구된다. 개인의 성격적 문제로 발생하는 따돌림과 조직 내 문제로 발생하는 따돌림을 완전히 분리하여 생각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성향이 타인에게 강한 거부감을 유발하는 경우에 따돌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피해자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변화를 통해 스스로 원하는 바를 타인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조직 내 갈등으로 방문하는 내담자들에게는 문제의 원인이 누구에게서 왔는지에 대한 소모적 논란보다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타인의 반응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익히는 데 집중하도록 상담을 유도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하였듯 집단 따돌림의 문제에는 권위주의와 불공정으로 점철된 우리 조직의 어두운 그림자가 반영되어 있다. 리더와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이 막혀버린 조직문화 속에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 아닌, 리더의 일방적 의견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변화되어버린 수많은 회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공식적인 루트보다는 어둠의 경로가 문제해결의 정석으로 통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인 것은 기업과 정부를 중심으로 임상심리사가 회사에 상주하며 직원들의 심리 상담을 돕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근로자 지원 서비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시작했으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담당할 심리학자들을 채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 시도가 성공하려면 기업이 전문가들에게 조직 내부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으며, 문제에 대한 진단 및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가 요구된다. 하지만 집단 따돌림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거부하고 차이를 적대시하는 병리적 사회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현 정부의 소통 부재, 변칙적 인사, 인간 경시 행정 속에서 수많은 좌절을 경험해왔다. 최근 증가하는 집단 따돌림은 우리의 집단적 좌절 경험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상식이 통하는 세상,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가 중시되는 세상, 인간이 모든 것에 우선되는 세상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승원 대전대 산업광고심리학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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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집단 따돌림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한번 솔직하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라. 학창시절 혹은 직장에서 한번쯤 누군가를 따돌리는 데 동참하거나 이를 뒤에서 묵인했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 왕따를 방관하거나 이에 동참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80%를 넘었던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집단 따돌림을 예방하려면 그 원인에 따른 다양한 처방이 요구된다. 개인의 성격적 문제로 발생하는 따돌림과 조직 내 문제로 발생하는 따돌림을 완전히 분리하여 생각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성향이 타인에게 강한 거부감을 유발하는 경우에 따돌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피해자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변화를 통해 스스로 원하는 바를 타인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조직 내 갈등으로 방문하는 내담자들에게는 문제의 원인이 누구에게서 왔는지에 대한 소모적 논란보다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타인의 반응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익히는 데 집중하도록 상담을 유도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하였듯 집단 따돌림의 문제에는 권위주의와 불공정으로 점철된 우리 조직의 어두운 그림자가 반영되어 있다. 리더와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이 막혀버린 조직문화 속에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 아닌, 리더의 일방적 의견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변화되어버린 수많은 회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공식적인 루트보다는 어둠의 경로가 문제해결의 정석으로 통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인 것은 기업과 정부를 중심으로 임상심리사가 회사에 상주하며 직원들의 심리 상담을 돕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근로자 지원 서비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시작했으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담당할 심리학자들을 채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 시도가 성공하려면 기업이 전문가들에게 조직 내부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으며, 문제에 대한 진단 및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가 요구된다. 하지만 집단 따돌림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거부하고 차이를 적대시하는 병리적 사회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현 정부의 소통 부재, 변칙적 인사, 인간 경시 행정 속에서 수많은 좌절을 경험해왔다. 최근 증가하는 집단 따돌림은 우리의 집단적 좌절 경험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상식이 통하는 세상,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가 중시되는 세상, 인간이 모든 것에 우선되는 세상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승원 대전대 산업광고심리학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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