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빈 논설위원
‘협력과 공생’을 모색하다
‘경쟁과 견제’의 관계로
각개약진하는 동북아 3국
‘경쟁과 견제’의 관계로
각개약진하는 동북아 3국
그들은 언제 또 닥칠지 모를 지진이나 해일(쓰나미)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연의 저주를 마치 운명이라는 듯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분노하지도 절망하지도 않는다. 지진해일이 휩쓸고 간 자리에 홀로 살아남은 ‘기적의 소나무’에서 새 희망의 씨앗을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다. 정작 그들에게 다가오는 공포는 다른 데 있다. 자연재해가 아닌 ‘시장의 폭력’이다.
일본경제홍보센터 초청으로 지난주에 일본을 방문해 받은 느낌이다. 정·재계와 학계 유명인사들을 두루 만나 현안을 듣고 동북 연안의 피해지역도 둘러봤다. 지난해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훨씬 넓고 깊어 보였다. 20여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제불황에다 전후 최악의 엔화 강세까지 겹쳤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었다. 지표상으로는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보다 더 심각하다. 나라 안팎에서 국가신용등급의 강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소비세 인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둘 다 찬반양론이 뜨거운 화두다. 언론들은 노다 내각과 집권 민주당의 처지를 ‘두 개의 폭탄을 들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특히 티피피 협상 참가에 대해선 여권조차 찬반양론으로 갈렸다. 다케모리 슌페이 게이오대 교수는 “민주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고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아 당론을 모으기 어렵다”고 전했다.
일본 민주당은 2009년 역사적 정권교체에 성공할 때 격차 해소와 복지 확대를 정책기조로 내걸었다. 전후 54년 동안 자민당 정권이 유지해온 수출주도의 성장전략과 공급주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티피피 체제는 민주당이 제시한 ‘제3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제1야당인 자민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않다. 고이즈미 내각에서 외무상을 지낸 마치무라노부타카 자민당 의원은 “기본적으로 티피피에 찬성하지만 주요 선진국 가운데 식량자급률이 가장 낮은 상태에서 농업부문의 과도한 개방은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경계했다.
애초 2006년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P4) 등 4개국의 소규모 자유무역협정으로 출범한 티피피는 2008년 미국의 참여 선언으로 그 위상과 성격이 확 달라졌다. 협상 참가국이 9개국으로 늘었고, 미국은 상품교역 장벽의 해소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투자, 서비스시장까지 망라하는 포괄적 경제통합협정으로 이끌고 있다. 한마디로 환태평양 국가 간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까지 참여하는 티피피가 탄생하면 범환태평양 경제권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일본과 한국은 미국과 중국간 경제적 패권 경쟁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일본이 2004년 ‘경제연계협정에 대한 기본방침’으로 밝힌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상이나, 참여정부가 한때 꿈꿔온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는 흐지부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동북아시아가 ‘협력과 공생’에서 ‘배타적 경쟁과 견제’의 관계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이다.
티피피를 둘러싼 일본 정계의 찬반 논란은 역설적이게도 동북아 공동체 구상을 부활시키고 있다. 민주당 부대표를 맡고 있는 나오시마 마사유키 의원은 “미국발 금융위기 뒤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떠오른 현실에서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구축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빨리 답을 줘야 한다고 재촉했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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