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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진보가 왠지 ‘안될 것 같은’ 이유

등록 2012-04-16 19:17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대부분 승부는 실천에서 갈린다
“누가 몰라서 못하는 줄 알아?”
이는 패자들의 빈정거림일 뿐이다
선거는 ‘메이비’(maybe)에 대한 것이란 말이 있다. 선거에서 ‘어쩌면’ 진보를 혹은 ‘어쩌면’ 보수를 찍을 수도 있는 부동층의 중요성을 나타낸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결국 이 ‘메이비’층을 빼앗겼다. <한겨레21>은 선거 분석 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진짜 훌륭함은 중도층을 지지자로 끌어왔다는 점”이라고 적었다.

진보의 입장에서 보면 캠페인에는 세 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다. 진보계층에게 더욱 진보적인 가치로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 ‘메이비’ 계층에게 진보에 대한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보수적 성향의 일부를 진보로 돌릴 수 있는 매력. 세 가지 중 마지막은 일단 접어 두자. 적극적 진보층은 웬만하면 밀어주지만, ‘메이비’층은 불안한 것은 피하려는 심리가 있다. 진보세력에 대해 이들은 “뭔지 모르지만 불안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자신이 투표에 참가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고 믿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들은 ‘불안한 진보’를 택하기보다는 ‘안정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택할 가능성이 많다. 캠페인 마케팅의 시각에서 진보진영이 ‘메이비’를 대상으로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진보세력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공격’이 아니라 ‘공감’이다.” 2010년 10월 본 칼럼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다들 지적하듯 진보세력은 현 보수정권에 대해 ‘공격적’이란 이미지와 내용은 확실했지만, 정작 시민을 위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공감은 만들지 못했다. 칼럼을 쓰면서도 늘 느끼지만,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정작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 가는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훨씬 어렵다. 진보가 정권을 잡으면 중도층은 뭐가 좋아질까?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이들이 상실할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진보만의 명확한 ‘스토리’가 없다면 힘들다. 박근혜 위원장도 엠비와 거리 띄우기와 복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공격과 복지만으로는 승부를 띄울 수 없다.

둘째, “진보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고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당합니다.” 티브이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 사회자 이소라가 해서 유명해진 이 말을 진보세력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진보가 더 ‘쿨하고 세련되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새누리당도 붉은색 로고에 젊은층 후보자 띄우기 등의 ‘진보적’ 마케팅을 했지만, 진보진영은 ‘진부함’에 머물렀다.

셋째, 리액션과 액션이다. 막말 동영상과 같은 사건에서 마지못해 리액션만 하는 위기관리는 힘을 받을 수 없다. 무시를 하든 대처를 하든 상황에 대한 단호한 액션을 통해 명확한 태도를 밝히고 위기를 재빠르게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진짜는 여기부터이다. 예를 들어 지난주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에 쏟아지는 패배 요인 분석이나 조언을 그들은 몰랐을까? 비평가들이 쏟아내는 패인 분석 등은 그들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부는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을 가슴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에서 갈린다. “누가 몰라서 못하는 줄 알아?”라는 말은 패자들의 빈정거림일 뿐이다. 진보세력에는 결과를 만들어낼 리더가 현재 보이지 않는다. 보수세력은 어쨌든 리더가 부상해 있다. 게다가 총선에서 얻은 과반석을 잃을 위험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두 사람의 당선자를 출당시킬 수 있다는 공식 문제제기로 진보보다 ‘더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더는 실천으로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 리더가 보이지 않는데 진보가 올해 말 왠지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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