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시인
우리 사회 악화를 돌아봅니다
천박은 새로운 게 아니지만
심화의 속도는 놀랍습니다
천박은 새로운 게 아니지만
심화의 속도는 놀랍습니다
꼭 4년 만에 닫혔던 ‘삶의 창’을 열며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세상은 더 시끄럽고 더 더러워졌으며, 존경하던 사람 여럿이 이곳을 떠나갔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스티브 잡스, 그리고 그 이름만으로도 눈을 젖게 하는 노무현 대통령….
4년 전 제 ‘삶의 창’엔 슬픔과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국보 1호 숭례문이 얼토당토않은 방화에 희생되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확대되면서 농민들은 자꾸 목숨을 끊었습니다.
숭례문은 다시 지어지고 있지만 4년 전 시작된 우리 사회의 악화는 끝을 모릅니다. ‘북한보다 종북 세력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대통령 덕에 남한과 북한이 ‘한겨레’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수는 줄고, ‘부’가 ‘나눔’의 다른 이름임을 모르는 부자들로 인해 ‘부’는 냉소와 질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성적만 좋으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어른들 때문에 식탁엔 젓가락질도 못하는 젊은이들이 가득합니다. 학원의 포로가 된 아이들은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로 분류되거나 활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에 시달립니다. 집밥을 먹을 시간이 없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온 국민이 ‘성조숙증’이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국어보다 영어를 강조하는 정부 덕에 우리말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무엇이나 잘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부모들로 인해 모든 것을 잘하게 되었지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는 모르는 젊은이가 태반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노력하여 대학(큰 배움터)에 들어가서는 입학하자마자 ‘생활의 안정’을 좇는 학생이 많습니다.
전화기는 ‘스마트’해졌지만 사용자는 전화의 노예가 되어, 카카오톡이 10분만 중단되어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책은 구석으로 밀리고 ‘책을 읽지 않는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언론인과 법조인들이 정치 바람 속에서 길을 잃으면서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 모두 언론인, 법조인이 되어 말을 옮기고 타인과 세상을 재판합니다.
당선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당선되면서 민주주의는 조롱거리가 되었고, 은총을 판매하며 교회의 권력과 재산을 세습하는 목회자들과 먹물 옷을 입고 도박판을 벌인 스님들로 인해 종교도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무시하는 의사들과 법관윤리강령을 잊은 법조인들 덕에 흰 가운과 검은 법복에 대한 존경은 희미해지고, 연구와 강의보다 매명과 권력을 좇는 교수들 때문에 ‘스승’이라는 말은 고사에나 나오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천박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심화의 속도가 놀랍습니다. 그러나 희망은 늘 절망 속에 있습니다. 지난 4년 동안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면 앞으로 오는 4년, 또 그다음 4년 동안에도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책 읽는 사람들, 자녀들에게 ‘네가 알아서 해라’ 하는 부모들,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 남의 눈에 보기 좋은 삶보다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하는 젊은이들, 노동하는 신자들 덕에 노동하지 않고 살아감을 미안해하는 종교인들, 법과 의술의 본질을 깨닫는 법조인과 의사들, 진실 보도만이 언론의 존재 이유이며, 정치의 목적은 평화 공영, 남한과 북한은 한겨레, ‘우리의 소원은 통일’임을 상기하는 언론인과 정치인이 늘어나면, 그러면 세상은 다시 살만한 곳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김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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