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기대했는데… 실망했습니다
짜증이 나고 심하면 화도 납니다
신부님은 왜 그러시나요?
짜증이 나고 심하면 화도 납니다
신부님은 왜 그러시나요?
“신부님이 처음 오셨을 때 저는 기대를 참 많이 했었는데…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잠시 망설이는 눈치더니 작심한 듯 그는 말을 이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저희는 하루하루를 힘겹고 고달프게 삽니다. 그러다가 주일이 되면 하느님을 만나고 그 안에서 참된 위로와 안식을 얻으려고 성당에 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하느님 이야기는 별로 안 하고 정치 이야기, 사회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다. 짜증이 나고 심하면 화가 납니다. 저 하나 건사하기도 벅차고 힘이 들어 제게 절실한 것은 기도요 위로의 말씀인데 성당에 와서까지 속세의 그런 얘기를 들어야 하다니요. 참을 수가 없어 뛰쳐나가고 싶은 때가 많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신부님은 아십니까?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거.”
교회의 청년대표들과 모처럼 만난 자리에서 한 젊은 여성이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새삼스럽게 놀라거나 기분 상할 일은 아니었다. 이보다 훨씬 더 강하고 노골적인 불평도 그간 숱하게 들어온 터였으니까. 그러나 날이 갈수록 급속도로 고령화되어가는 교회에서 그래도 나이 든 기성세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잘 통하겠다 싶은 반가운 젊은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조금은 충격이었다. 거꾸로 그가 60대이고 내가 20대였더라면 분위기가 덜 어색하지 않았을까?
하긴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우리 성당 홈페이지에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의 강론 내용을 한 인터넷신문에서 퍼다 올렸는데 단 하루 만에 삭제된 것이다. 관리자의 해명은 이랬다. 조용하고 착한 우리 성당 신자들의 일치를 저해하고 분열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서 지웠다고. 그를 불러 도대체 무엇이 분열이고 무엇이 일치냐고 차근차근 묻고 싶었지만 그냥 모른 척하고 넘겼다. 나는 평소에 나의 사고와 의식이 기성세대보다는 젊은이들에게 더 가까우니 비록 50~60대 이상의 노년층이 나를 반대하고 못마땅하게 여기더라도 별로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건 직무유기에 해당될 만큼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나 보다. 교회의 젊은이들이, 그것도 요즘 보기 드물게 착실하다고 칭찬이 자자한 젊은이들이 세상일에 무관심하고 나의 안위와 구원에만 집착하는 이기적인 신앙인이었단 말인가?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까? 누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 청년은 내게 또 말했다. 교회는 양쪽을 똑같이 대하고 똑같은 기회를 줘야지 왜 늘 한쪽만 두둔하고 강조하느냐, 그러면 듣는 사람들이 다 거기에 세뇌되지 않겠느냐, 그건 불공평한 처사가 아니냐고 따졌다. 아, 그는 매일 눈만 뜨면 자신도 모르게 저를 길들이는 거대한 수구신문과 방송의 공격적 세뇌공작은 알아채지 못했던 거다. 그에 비하면 진보적인 소수의 신문이나 주일강론 따위의 영향력이란 미미하기 짝이 없다. 그걸 모르고 그는 나의 복음해설을 편파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패가 갈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언짢았고, 가뜩이나 골치 아픈 세상에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만드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옳고 그름보다 좋고 싫음을 따라 행동한다고 교회까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려 전전긍긍한다면, 좋아도 옳지 않으면 버려야 하고 싫어도 옳으면 따라야 한다는 예수의 가르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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