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논설위원
안철수 교수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그의 조직 운영 스타일이다. 자신은 중요한 결정만 내리고 대부분의 일을 아랫사람들에게 맡기는 권한위임형인지, 아니면 모든 일을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만기친람형인지 따위가 무척 궁금했다. 그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일 것인지를 어렴풋이 시사해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인사에게 물어보았더니 예상과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하는 스타일이다.” 수평적인 네트워크 등을 강조해온 안 교수의 이미지가 깊이 각인된 탓인지 다소 뜻밖이었다. 그는 “안 교수가 어떤 결정을 하기에 앞서 객관적인 근거를 매우 중시한다”는 말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했다. 안 교수처럼 자수성가해서 큰 업적을 일군 사람한테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성의 하나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꼼꼼함이다. 아이티 업계의 전설인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간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대목까지 세심하게 챙겨 완벽을 기하는 태도는 기업가에게는 대단한 미덕이다. 이런 미덕이 과연 국가운영이나 정치의 세계에서도 바람직한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로 치고 말이다.
안 교수가 객관적 증거를 중시하는 것은 자연과학도, 특히 의사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감’에 의존해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엑스레이 사진과 같은 가시적인 판독 근거가 필요한 것이다. 그가 이 시점에서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것도 객관적 증거주의와 관련지어 보면 흥미롭다. 판매부수, 대중의 반응, 지지율의 변화 등 ‘수치로 나타나는 객관적 증거’는 최종 결단을 돕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셈이다.
그의 리더십은 앞으로 본격적인 검증과 탐구가 필요한 대상이다. 몇몇 단편적인 전언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관측들은 그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측면은 있다.
19대 대선 과정의 중요한 관찰 포인트의 하나는 권력 분산의 문제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한 시대적 명제이자, 정치판의 현실적인 계산이 개입된 정치공학의 산물이기도 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누가 뭐래도 권력 집중형이다. 그는 권력의 나눔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면에 다른 여야 대선 후보들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론에서부터 공동정부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권력의 분산을 말한다. 권력의 집중 대 분산이라는 화두의 대결은 매우 매혹적인 구도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안철수 교수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안 교수가 연대한다면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결국 권력 분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의 추세로만 봐서는 민주당 경선에서 누가 후보로 뽑히든 안 교수와의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당이 ‘올해 대선은 실패해도 독자후보를 내고 5년 뒤를 기약한다’는 당찬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결국 민주당은 권력의 분점을 통한 지분 확보 쪽에 그나마 진력할 수밖에 없다.
권력 분산 문제는 양날의 칼과 같다. 개혁에 뜻을 같이하는 세력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심지어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주변 인사들은 ‘반박계’까지도 권력 분산의 배에 동승해 박 의원을 포위할 가능성을 염려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의 지분 나눠먹기라는 비판에 직면해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무엇보다 권력의 속성상 나눈다는 것 자체가 근원적으로 무척 힘든 일이다.
안 교수의 생각이 무엇인지도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안 교수가 실제로 만기친람형 스타일이라면 이는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 책임총리제 도입 등은 민주당의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진보진영 한쪽에서는 대선주자 간 약속이나 권력의 기계적 배분 방식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가 바탕이 된 시민정부 구성을 주창한다.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실제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볼 대목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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