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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의 창] 야당의 대선 경선 주자들께 / 호인수

등록 2012-08-10 19:14

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올림픽도 막을 내립니다
우리 선수들의 뒤를 이어
그만큼의 감동만이라도…
제 나이 벌써 환갑을 훌쩍 넘겼으니 어깨너머로 구경하던 장기판에 훈수 한번쯤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한발만 비켜서면 빤히 보이는 수를 고수인 당신들만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입이 근질거리는 구경꾼들은 저 말고도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구경꾼에 불과하더라도 “아무나 이겨라, 이기는 사람 내 편”이라고 양다리를 걸칠 수는 없지요. 우리 사제들의 삶의 자리는 평생 들판이기에 굳이 ‘야당’이라 못을 박았습니다.

저는 당신들(김두관 문재인 박준영 손학규 정세균) 가운데 어느 한 분도 먼발치에서조차 본 적이 없습니다. 아직도 고민중인 안철수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텔레비전을 안 보니 신문을 통해서나 당신들의 과거 행적이 어떻고 공약이 무엇인지를 대강 파악하고 있을 뿐입니다. 모두 훌륭한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어느 한 분도 손색이 없습니다. 같은 정당에 속한 같은 당원인 만큼 비전도 비슷하고 공약들도 대동소이합니다.

그러나 경선판에서는 저 사람보다는 내가 한 수 위라고, 나만이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유권자를 설득해야 하니 그게 문제입니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명분 아래 동지를 비판하고 깎아내리고 밟고 올라서야 합니다. 대권을 향한 집요한 욕구가 후보라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강력한 카리스마로 표출되어야 합니다. 본선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선부터 피 튀기는 전쟁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이 경선에 나선 것은 각개전투로는 저 난공불락의 거대한 성을 결코 넘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가 아닙니까?

그래섭니다. 우선 안철수 교수와 어깨동무를 하십시오. 대선 출마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일찍이 ‘엠비(MB) 정권은 아니다’라고 명백히 소신을 밝힌 분입니다. 그는 이제 개인 안철수가 아니라 이 나라의 수많은 청장년층의 새 시대, 새 정치에 대한 간절한 바람의 결정체이기 때문입니다. 그 엄청난 힘을 결집해내야 합니다. 어떻게 어깨동무할 것인가는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비우고-인간 세상, 그게 어렵지요- 머리를 맞대면 답이 나올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게임은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게 훈수하는 많은 이들의 생각입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자기보다 지지율이 훨씬 떨어지는 박원순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그의 멋진 모습을 본 터입니다.

못지않게 중요한 게 또 있습니다. 경선 후에 취할 당신들의 태도입니다. 당신들 가운데 한 분이든, 안철수 교수든 일단 단일화했으면 나머지 분들은 모두 공동선대위원장이 되어서 경선 때 이상으로 사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선에 앞서 미리 낙선자는 당선자의 본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가시적인 협정문을 작성하고 서명하십시오.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나는 사람도 아니라는, 조금은 유치하고 극단적인 표현을 써도 좋겠습니다. 지난 총선을 보니 경선에서 낙마한 이들은 저마다 하나같이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렸지만 실제로는 강 건너 불구경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공멸하거나 상대편에 붙어 떡고물을 챙기려는 꼴불견도 있었습니다.

감동과 아쉬움이 뒤섞여 밤잠을 설치게 했던 올림픽도 서서히 막을 내립니다. 더는 바라지도 않을 테니 우리 선수들의 뒤를 이어 꼭 그만큼의 감동만이라도 보게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당신들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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