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도쿄 특파원
정부가 허가한 카지노에 가서 적당한 액수의 돈을 잃는 것, 확률적으로 매입자금의 절반을 회수할 수 있을까 말까 한 복권을 사서 돈을 날리는 것은 ‘죄’인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놀이일 뿐이다. 카지노에서 거액을 날리는 것, 일확천금을 노리고 수천만원어치 복권을 사는 것은 물론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범죄는 아니다.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린 사람을 보거나 수십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사람을 보면, 어리석은 일을 시도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우리는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말릴 수는 있지만, 그들의 실패에 책임을 져줄 필요가 없다. 그들은 결코 피해자가 아닌 까닭이다.
사람들은 흔히 ‘부동산 투기’를 죄악으로 치부한다. 거래의 단위(집값)가 크고, 거래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 위험한 투자여서일까? 그렇지는 않다. 위험하기론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금융상품 쪽이 훨씬 더하다. 부동산은 가격 변동폭이 작아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속한다. 잘 따져보면, 우리가 죄악시하는 것은 투기 행위가 아니다. 공무원이 개발 정보를 빼돌리고, 위장전입을 해서 분양권을 받아내고, 계약서를 조작해 세금을 빼먹는 행위 등 불법·탈법 행위이다. 불법행위엔 법적 처벌이 필요하지만, 합법적인 부동산 투기(혹은 투자)는 따로 처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투기는 실패했을 경우 당사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곧 처벌인 까닭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하우스푸어’ 문제가 거론된다. 많은 이들이 큰 빚을 내서 집을 샀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값이 떨어져 어려움이 커졌다는 것은 오해다. 집값 하락으로 그들의 소득이 줄어들었거나,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어난 것은 전혀 아닌 까닭이다. 단지 집을 사서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고, 집을 팔면 곧바로 손실이 현실화되기 때문에 고통인 것이다. 일부는 집의 담보가치가 떨어져 대출금의 일부를 갚아야 하는 고통도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어려운 집주인의 주택 지분을 공공기관이 사들여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하우스푸어 대책을 지난달 내놓은 바 있다. 집의 지분을 쪼개 판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거니와, 투기로 인해 손실을 본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사실상 공적자금을 쓰자는 것이었으니, 그 바탕에 깔린 철학이 참으로 어이없다. 일본에서는 1991년 거품 붕괴 뒤 20년 가까이나 집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투기자를 구제하기 위해 돈을 썼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우스푸어에 대해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다른 후보들이 그런 강박관념이나 어설픈 꼼수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집값도 꽤 떨어졌지만, 아직도 거품이 여전하다. 집을 사서 주거하는 기회비용이 임대로 사는 기회비용을 크게 웃도는 지금, 집 사자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게 정상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투기에 대해서는 손실을 본인이 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그보다는 서민의 주거비용을 낮출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하는 게 나라를 이끌어갈 분들이 할 일이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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