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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재외국민 투표율의 진실 / 윤석준

등록 2012-12-12 19:31수정 2012-12-12 20:48

윤석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유럽학연구소 박사과정 연구원
윤석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유럽학연구소 박사과정 연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18대 대선 재외국민 투표율이 71.2%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언론과 여야 정치인들이 높은 투표율이라며 기사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재외 유권자들이 열악한 제도 아래서도 눈물겨운 열정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내놓은 보도자료의 통계수치에는 교묘한 착시현상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보다 앞서 재외국민 투표를 실시해온 주요 선진국들은 재외국민 투표율을 두 가지 기준으로 함께 발표한다. 첫째는 선거권자 수 대비 투표율, 둘째는 이 가운데 등록자 수 대비 투표율이다. 우리나라 재외국민 중 선거권자는 223만여명이고, 제18대 대선 재외선거 등록자 수는 22만2389명, 최종 집계된 투표자 수는 15만8235명이다. 다른 나라들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재외국민 투표 통계수치로 표기하면 선거권자 수 대비 투표율은 7.09%, 등록자 수 대비 투표율은 71.2%다.

중앙선관위도 재외선거 법규-자료집 등에서 주요국 재외국민 투표율을 표기할 때, 선거권자 수 대비 투표율을 기준으로 우선 적고, 괄호 안에 등록자 수 대비 투표율을 참고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정작 이번 재외국민 투표 보도자료에서는 전자를 생략하고 후자만 적고 있다.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재외선거와의 투표율 비교나, 국내 선거인 투표율과의 비교에 쓰이는 통계수치는 선거권자 수 대비 투표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의도적으로 교묘한 통계 착시현상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만하다.

참고로, 재외선거제도가 오래전부터 발달해온 대표적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의 선거권자 수 대비 투표율은 평균 20%를 웃돈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경우 40%를 넘기도 한다. 우리의 이번 대선 재외선거의 선거권자 수 대비 투표율 7.09%와는 상당히 비교되는 수치이다. 이러한 통계수치 착시현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행 재외국민 투표 제도와 운영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220만명의 재외선거 유권자를 고려해 배정된 500여억원의 예산과 실집행금액 300여억원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재외국민 투표에서 장시간 차를 몰거나 기차 또는 비행기를 타고 투표소로 달려온 유권자들의 열정은 진심으로 박수받을 만했다. 식비를 아낀 돈으로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온 젊은 유학생들, 한 아기는 띠를 동여 안고, 걷는 아이는 손으로 잡고 걸리며 5시간 기차 길을 마다하지 않은 어느 엄마, 재외선거에 우편투표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프랑스인 배우자의 만류를 무릅쓰고 비행기까지 타고 온 건축가, 저렴한 밤샘기차로 새벽녘 파리에 도착해 투표 시작 전까지 대사관 입구 소파에서 잠을 청하던 지방 거주 젊은이들…. 재외투표소 현장에서 본 유권자들의 모습들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러나 유권자 수 대비 7.09%라는 투표율의 현실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으면, 왜 이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힘들게 투표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나머지 92.91%라는 절대다수 유권자들이 선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국내에서 그 문제점들을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공론화의 기회도 사라져 버린다. 중앙선관위는 재외선거에서 드러난 제도나 운영의 문제점을 겸허히 인정하고, 이에 대한 반성과 시정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이런 식의 통계상 착시현상을 이용한 자화자찬은 정부기관으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윤석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유럽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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