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미국 햄프셔대학 종교학 교수
사랑하는 내 청춘도반 여러분, 축 처진 어깨를 볼 때마다, 힘없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저립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몸과 마음이 힘들진 않았나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아니, 지금을 즐겨도 된다고 아무도 허락해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네가 살고 싶은 삶은 잠시 보류해두라고, 욕망하지 말라고만 이야기한 것 같아요. 연애를 하고 싶어도, 음악이나 춤을 배우고 싶어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대학 가서 맘껏 누리라고 해서 대학에 왔더니, 어땠나요? 취업 준비, 고시 공부, 각종 자격증 공부, 또다시 내 욕망을 미뤄둬야 할 이유들로 가득하지 않았나요?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는 것이 정답인 양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느낄 때가 옵니다. 과연 지금 내가 당연하게 참고 있는 현재의 불온전함이 미래에 ‘올지도 모를’ 꿈의 성취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요. 그리고 막상 일을 이루고 나서도 그 일이 내가 꾸었던 꿈이 아닌, 우리 엄마가, 아니면 이 사회가 나에게 좋으니 해보라고 강요한 꿈이었던 건 아닐까, 하는 허탈함이요.
즉, 목표한 걸 이루어도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또다른 걱정이 밀려와요. 원하는 회사에 취직한다 해도 나는 ‘을’일 뿐이고 회사가 ‘갑’인 답답한 현실에 후회가 밀려올 수도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는 ‘멘붕 상태’가 찾아올 수도 있어요.
사실은 저도 그랬어요. 좋은 대학 가면 가족이나 친척들로부터, 아니 이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것 같았고, 또 인정받고 싶었어요.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에 그걸 만회라도 해볼 요량으로 더 노력했고 크게 소질도 없는 대학원 공부까지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돌이켜봤을 때 그 생활이 불행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제가 얻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그 삶이 별거 아니었구나’를 깨닫는 정도였어요. 공부 많이 하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집착이 떨어져 나간 정도였지요.
많은 분들이 제게 묻습니다. 어떻게 스님이 될 용기를 냈느냐고요. 그건, 타인의 시선을 그만 의식하고 ‘내 삶’을 살자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었어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하고,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잣대에 맞춰 죽을 때까지 헐떡이는 삶,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마음의 성품을 제대로 보고 스스로 깨닫고 싶었어요. 그래요, 어떻게 보면 좀 이기적일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용기 있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 평생 단 한순간쯤은 그래도 내가 진정한 ‘갑’인 인생을 살아봐야 하잖아요. 내 선택을 남들이 봤을 때 ‘바보 같은 짓’이라고 손가락질한다 해도 내가 원하는 삶, 한번쯤은 그런 삶을 살아봤다는 것이 내게는 소중한 경험이니까요. 그래야 내가 내 삶을 사랑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랑하는 내 청춘도반 여러분, 나 스스로가 원하는 삶, 살아도 괜찮습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삶, 이 사회가 전망 좋다고 인정하는 삶이 아닌,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삶, 그 삶을 살아도 괜찮아요. 주변에서 안 된다고 뜯어말려도 그들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용기가 부족한 심약한 내 마음이 ‘정말 그래도 돼?’라고 물어오면, 그래도 된다고 웃어주세요. 한순간이라도 내 삶의 노예가 아닌,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용기를 내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파이팅!
혜민 미국 햄프셔대학 종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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