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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위안부 문제에 관한 아베 총리의 생각 / 정남구

등록 2013-02-28 19:32수정 2013-02-28 22:09

정남구 도쿄 특파원
정남구 도쿄 특파원
2007년 6월14일치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옛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는, ‘역사사실위원회’라는 일본 단체의 의견광고가 실렸다. 5년 반 뒤인 지난해 11월4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발행되는 지방지 <스타레저>에 같은 주장을 담은 의견광고가 다시 실렸다. 이 광고도 같은 단체가 냈는데, 이번에는 찬동한다며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 38명 가운데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현 총리)의 이름도 들어갔다.

<도쿄신문>이 최근 이 두 광고를 비교해 보여줬는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두 광고는 모두, ‘사실’이라며 3가지를 거론했다. 첫째 일본 ‘육군’이 여성들에게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매춘을 강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문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둘째, 여성들에 대한 비인도적 범죄를 일본군이 엄히 단속했다. 셋째, 일본 육군에 배속된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고, 당시 세계 어디에나 있었던 공창제도 아래서 일했다.

그런데 두번째로 낸 광고에서 역사사실위원회는 첫번째 광고에는 사실이라며 넣었던 2가지를 삭제했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이 이른바 ‘스마랑 사건’에 대한 언급이다. 이 사건은 1944년 2월, 일본 육군의 장교들이 자신들의 점령 아래 있던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스마랑 근교 네덜란드인 수용소에서 네덜란드 여성 24명을 강제로 끌고 가 성노예로 부린 사건이다. 위안부 강제연행에 대해 사과한 고노담화가 나오기 전해인 1992년 <아사히신문>의 보도로 알려졌다. 역사사실위원회는 2007년 광고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사건이 밝혀졌을 때, 책임있는 장교들은 처벌됐다. 여기에 관여했던 자나 다른 전쟁범죄자는 나중에 네덜란드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사형을 포함한 중한 벌을 받았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도쿄신문>은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당시 남방군 간부후보생 대대장은 나중에 사단장까지 승진했고, 책임자들이 사형을 선고받은 것도 전쟁이 끝난 뒤 1948년 인도네시아 군사법정에서였지 일본에 의한 자발적인 처벌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역사사실위원회가 새로 광고를 내면서, 이 스마랑 사건에 관한 기술을 뺀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이 있었음을 뒷받침할 확실한 사건이 있었으며, 이를 그럴듯하게 윤색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안부 강제동원의 역사를 앞장서 부인해온 이들로선 아주 기분 나쁜 사건일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빼고 낸 두번째 의견광고도 그 말장난을 보면, 측은하기 그지없다. 아베 총리의 동지들은 위안부 강제연행이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그것을 뒷받침할 문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뿐이다. 그런 문서야 진작에 얼마든지 다 없앴고, 찾고도 감추어둔 채 없다고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군이 강제로 끌고 가야만 범죄인 것은 아니다. 거짓으로 속여 데리고 가서, 성노예로 부린 유괴행위는 범죄가 아닌가? 그렇게 간 이들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했다는 증언은 얼마든지 있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어설픈 화해의 손을 내밀려 할 때, 우리는 반드시 그의 이름이 들어 있는 그 광고를 꺼내 보여줘야 한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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