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2007년 5월 토요일 오후. 구본형씨가 진행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도 한 펜션에 짐을 풀었다. 2박3일간의 포도 단식이 내게는 힘들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첫 시작은 생전 처음 만난 8명의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시간 제한 없이’ 소개하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우리는 내밀한 부분까지 드러내며 벌거벗은 삶의 고민을 나누는 것으로 첫날을 보냈다. 30분마다 레몬즙 한 컵, 3시간마다 포도 10알만 먹으면서. 구본형씨를 나는 그렇게 만났다.
2012년 구본형씨는 저서 <필살기>를 기반으로 해 또다른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었다. 50대 초반에 퇴직금과 약간의 저축 외에 홀로 설 수 있는 별다른 준비 없이 직장을 떠나 ‘생계형’으로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어했고, 나는 그 작업을 돕게 되었다. 하지만 구본형씨는 암을 얻었고, 지난 주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고 기사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자기계발 전문가’ ‘스타 강사’ 등의 표현을 접하면서 과연 그의 진정한 ‘필살기’는 무엇이었고,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투자’ 전문가였다. 그 투자 수단은 돈보다는 시간이었다. 그는 1997년 여름 이후,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글쓰기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그는 ‘하루가 22시간’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위한 두 시간은 일단 떼어놓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1998년 첫 저서인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시작으로 해 지난 15년 동안 무려 20여권의 책을 썼고, 많은 독자를 얻게 되었다. 책에 썼듯 그는 가장 수익률 높은 투자가 바로 자신에 대한 투자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실천했다.
또한 ‘경쟁력’보다는 ‘공헌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우리는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구본형씨는 이러한 경쟁력의 개념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공헌력을 제시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가 당신의 공헌에 의해 의미있게 변할 수 있는가?” 그는 자기계발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많은 자기계발 전문가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책과 강연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연구원 제도’라는 것을 두어 꿈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선발해 이들과 함께 2년 동안 자신의 꿈을 찾는 제도를 무료로 운영해왔다.
그는 ‘시나리오’ 코치이기도 했다. 2007년 프로그램에서 참석자들은 ‘2017년에서 돌아본, 지난 10년 동안 가장 아름다운 풍광 10가지’를 만들고, 발표했다. 그는 사람들을 미래로 데려가 그곳에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라는 시나리오를 미리 써보고,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도록 돕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삶을 향한 변화를 위해서는 하루 24시간의 8%인 2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며, 이것이 인생 최고의 투자라고 했다. 그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도전했고, 또 결과를 만들어왔다. 그 흔적은 누리집(bhgoo.com)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다 죽을 것이고, 죽음이 곧 퇴직인 삶을 살 것이다”라고 말했고, 정말 ‘그렇게’ 떠났다. 이제 그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과 아직 그처럼 삶의 모험을 감행하지 못한 사람들이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날 때이다. 오늘도 그를 따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루 2시간씩 자신의 꿈을 향해 인생 최고의 투자를 하고 있다. 그가 남긴 최고의 자산인지도 모른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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