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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표준발음

등록 2013-07-07 19:27

지난주 어느 날 저녁에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수 몇몇과 어울렸다. 학위 논문 심사를 마친 이들의 뒤풀이 자리에 숟가락 하나 더 얹은 자리였다. 국어 선생들과 만난 자리에 국어 얘기가 빠질 리 없었다. 지난 호에 실린 ‘땅거미’를 읽은 소감을 물으니 전공에 따라 다양한 답이 돌아왔다. “‘땅거미’는 삭막한 도시 환경에 어울릴 정경이 아니니 언중의 일상 어휘에서 사라질 것이다”, “내 고향에서는 ‘땅끔’이라 했던 걸 보면 표준어권의 현실 발음 [땅꺼미]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땅끔’, ‘땅끄미’의 ‘-끔(끄미)’은 ‘그믈다(까무러지다, 꺼지다)’에 어원을 둔 ‘그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발음은 [땅꺼미]이다”…. 이처럼 여러 갈래로 오가던 ‘땅거미 논의’는 이내 한뜻으로 모여졌다. ‘현실 발음을 사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 발음을 사전에 반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실태조사와 연구가 여럿 나와 있기 때문이다. 2003년에 발표된 국립국어원의 ‘서울말 발음 실태 조사 결과’는 [땅꺼미]가 표준 발음인 [땅거미]보다 널리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국어원은 ‘사전의 발음 정보와 다른 경우가 많아 표준어를 재사정할 필요성이 드러났다’며 ‘발음 정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012년에 국립국어원이 시행한 ‘표준 발음법 영향 평가’ 연구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음화의 경우) 표준 발음법을 따랐을 때와 현실 발음대로 했을 때 괴리가 있으니 규범에서는 원칙만 제시한 뒤 사전에서 두 가지 발음 모두 인정’할 수 있으며 ‘맞춤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복수 표준 발음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이다. 한마디로 복수 표준어처럼 복수 표준 발음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의 발음 정보는 박제가 아닌 살아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간 쌓아온 연구·조사 결과가 올해 10월에 문을 열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우리말샘)에 담기기를 기대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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