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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풋-’

등록 2013-08-04 19:12

“‘풋닭’은 채 자라지 못한 닭이고, ‘닭곰’은 삼계탕의 북한말이다. ‘풋닭곰’은 북한에서 영계백숙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주 이 자리에 쓴 글을 본 동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였다. 피디 누구는 “사전에서 ‘닭곰’을 찾아보니 ‘닭을 고아서 만든 국’, ‘곰’은 ‘고기나 생선을 진한 국물이 나오도록 푹 삶은 국’이라 한다. 그렇다면 ‘닭곰’은 (삼계탕이 아니라) ‘닭곰탕’ 아닌가?” 물었다. 북한에 가 본 경험이 없으니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답할 거리가 나왔다. <북한어휘사전>의 설명이다. “남한에서는 ‘닭곰’ 하면 닭을 고아서 만든 국을 떠올린다. 그러나 북한에서 말하는 ‘닭곰’은 삼계탕이다. 남한에서 말하는 닭곰이나 닭곰탕을 북한 사람들은 흔히 ‘닭고기국’이라고 한다. 북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북한에서는 ‘닭곰탕’이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으며 조선말대사전에도 등재돼 있지 않다.”

서른 즈음의 동료 아나운서는 “‘풋닭’의 말맛이 풋풋해서 좋다. 풋고추가 익으면 빨갛게 되는 걸 모르고 ‘풋고추와 붉은 고추는 다른 종자’로 아는 사람도 꽤 있는 세상이니 접두사 ‘풋-’이 붙은 말을 찾아 되새겨주면 좋겠다”고 청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풋고추는 ‘아직 익지 않은’ 고추 아닌가. ‘풋’은 풋곡식, 풋과일, 풋김치, 풋나물, 풋내, 풋마늘, 풋사과 따위나 풋눈(초겨울에 들어서 조금 내린 눈)에서처럼 ‘처음 나온’ 또는 ‘덜 익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여기서 파생되어 나온 쓰임도 있다. 풋기운(아직 힘이 몸에 깊게 배지 못한 젊은 사람의 기운), 풋내기, 풋돈(얼마 되지 않은 적은 돈), 풋되다(어리고 경험이나 분별이 적다), 풋사랑, 풋바둑(서투른 바둑 솜씨), 풋술(맛도 모르면서 마시는 술=생술), 풋심(어설프게 내는 힘), 풋잠(잠든 지 얼마 안 되어 깊이 들지 못한 잠) 등으로 이때 ‘풋-’은 ‘미숙한’, ‘깊지 않은’의 뜻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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