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10)의 발음은 [열]이다. 최근 사전은 물론 예전에 간행된 <신찬 국어사전>(동아출판사, 1963년) 등과 이은정이 엮은 <표준발음법에 따른 우리말 발음사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발음사전을 보면 그렇다. ‘열’의 장단은 문화방송 아나운서들의 발음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할 때 짧은소리다. 따라서 ‘열’은 단음이다, 이렇게 단언하기 전에 짚어볼 게 있다. 어문 규정과 일부 발음사전의 정보, 특정 방송사 아나운서의 소릿값이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열’이 장음으로 알려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열’의 소리 장단을 따지게 된 계기는 ㅎ방송 라디오의 시보였다. ‘열[열:] 시를 알려드립니다’가 귀에 설었다. 근거를 찾으려 탐문해 보니 “‘열’(十)은 긴소리로 발음하면서도 올린 ‘ㅕ’로 발음하지 않는다”(표준발음법 제5항, 해설)는 규정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ㅎ방송 시보의 [열:]은 규정에 어긋난다. 올린 ‘ㅕ’의 ‘열:[jə:l]’로 발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린 ‘ㅕ’는 무슨 소리인가. 표준발음에서 ‘ㅕ’의 긴소리는 반모음 'y'에 장음 'ㅓ'가 결합된 올린 ‘ㅕ’이다. [현:대], [여:론]의 첫소리 소릿값이다. 숱한 발음 중에 ‘열’만 예외로 다룬 것은 1984년 정신문화연구원이 펴낸 <한국어 표준발음사전>의 일러두기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아홉, 열, 열하나…’의 ‘열’은 (긴소리지만 올린 ‘ㅕ’가 아닌) ‘열:[jə:l]’이다”가 그것이다.
국립국어원의 김세중 박사는 “이 단어에 한해 장음이면서 낮은 ‘ㅕ’로 발음해야 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했고, <한국어의 표준발음과 현실발음> 등을 펴낸 전남대 이진호 교수는 “‘열’의 예전 성조는 거성(높은 소리)이다. 거성은 대체로 짧은소리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열’은 원래 장음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했다. 이제 ‘열’ 발음의 장단 문제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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