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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스토리는 ‘액션’이다

등록 2013-08-19 18:40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모든 위대한 리더는 위대한 스토리텔러이다.” <통찰과 포용> <다중지능>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하버드대학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리더십의 본질을 연구한 뒤 한 말이다. 문학 수업 시간에나 들을 법한 ‘스토리텔링’이란 단어는 최근 10여년 사이 리더십뿐 아니라 마케팅·홍보 등 비즈니스 분야에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서점의 비즈니스 코너에서 스토리 관련 도서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에 대한 오해도 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하는 픽션이 문학 분야 스토리의 주류라면, 비즈니스에서 말하는 스토리란 뉴스나 다큐멘터리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논픽션의 성격을 갖고 있다. 비즈니스 스토리 중에는 대표적으로 ‘찾아낸 이야기’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어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일화는 그의 개척정신을 보여주는 ‘찾아낸 이야기’에 해당한다. 1970년대 초반 울산에 조선소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돈을 빌리기 위해 그는 사업계획서와 울산 미포만 사진을 들고 유럽에 간다. 하지만 영국 런던 바클레이스 은행으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듣자, 당시 500원 지폐를 꺼내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며 대한민국이 영국보다 앞서 철갑선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상대방을 설득해, 조선소 건립과 동시에 26만톤급 유조선 2척 건조까지 받아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 정주영이 주도한 현대는 최초의 자동차, 고속도로, 해외건설 진출 등 많은 개척 드라마를 몸으로 보여주었다.

‘찾아낸 이야기’가 실천으로부터 스토리를 끌어낸다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스토리를 먼저 기획하고 실천을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예를 들어 기업이 진행하는 각종 이벤트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액션을 취하는 경우이며, 각종 비전 선포식 등도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해당한다.

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에 나타난 경영철학 핵심 개념 세 가지 중 하나는 ‘무한책임정신’이며, 핵심 가치 중 제일 위에는 ‘고객 최우선’이 위치하고 있다. <한겨레> 보도를 보니, 국내 스포츠실용차(SUV) 판매 1위인 현대자동차 싼타페 고객들이 트렁크와 뒷좌석 등에 물이 새는 누수사태로 큰 불편을 겪었고, 기업의 뒤늦은 조처로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급기야 지난 1일 공식사과문과 무상 보증수리 기간 연장 등 조처를 내놓았지만, 이미 타이밍은 놓친 상태였다. 기업에서 스토리가 ‘텔링’(telling)에서 그치지 않고 ‘리빙’(living) 곧 실천으로 이어질 때에 기업의 평판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얼마 전 만난 한 고객으로부터 간디와 사탕 이야기를 들었다. 인도의 한 마을에 사탕을 지나치게 좋아하여 밥 대신 사탕을 먹을 정도인 아이가 있었고, 아이는 사탕이 몸에 해롭다는 엄마의 말에 “간디 선생님이 말해주면 모를까, 엄마 말은 못 믿겠어”라고 말했다. 이 어머니는 어렵게 간디를 만나 부탁했으나 간디는 보름 뒤에 아이와 함께 오라고 했다. 보름 뒤, 간디는 사탕이 몸에 해로우니 먹지 말라고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고, 아이는 그 이후로 사탕을 끊었다. 어머니가 왜 보름 후에 오라고 했는지 이유를 묻자 간디는 이렇게 대답했다. “실은 내가 사탕을 항상 가지고 다닐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 상태에서는 차마 아이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내가 먼저 사탕을 끊은 후에 이야기하기 위해 보름이 필요했다.”

비즈니스에서 실천이 없는 스토리는 실망과 분노를 사게 된다. 문학에서 스토리는 창의성이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스토리에서는 진정성이 우선시되는 이유이다. 스토리는 ‘액션’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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