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중학생 때의 일이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쫓겨났다. 나와 친구들도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혼쭐이 났다. 우리는 과연 무시무시한 의식화 교육이라도 받았던 걸까? 선생님과 함께 운동회 날 풍물을 치고 극장에서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본 것이 전부였는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국가안보’의 실체라는 걸 그때 ‘체험학습’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채플린 영화도 금지였단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얼마나 켕기는 정권이면 인간미 넘치는 희극 영화에 벌벌 떨었을까. 혹시 자기들이 더 웃기고 싶어서 잠재적 경쟁자를 견제한 걸까(설마).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반쪽 웃음, 반쪽 교양을 강요당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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