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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호의 궁지]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의 교훈

등록 2013-09-30 18:35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질문: 조직 문화를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조직 내 활동은? 답: 회의이다. 조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문제도 많지만 혁신에는 가장 뒤진 부분이 바로 회의 방식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주요 국정운영 기조로 잡았다. 이 시대 꼭 필요한 것이기에 이 정책에 찬성하고 기대감도 있다. 민주당 공부모임 ‘대안’은 미래창조과학부 윤종록 차관을 초청해 창조경제에 대한 강연을 듣기도 했다.

창조경제의 성공은 ‘정책의 기조’뿐 아니라 ‘사고와 행동의 기조’가 될 때 가능하다. 조직에서 창조성을 전파하는 데 핵심적인 방법은 회의 문화를 창조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세기의 장난감’으로 유명한 덴마크 레고사는 1990년대 중반 비디오게임의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새로운 전략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최고경영자 키엘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회사의 전략회의가 창의적으로 흐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들과 함께 개선책을 찾게 된다. 이들은 레고가 창의적 진행 도구로서 유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LEGO Serious Play)라는 방법론을 개발한다. 추상적 개념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게 해주는 이 방법론은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 비즈니스 현장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레고사에서 방법론 개발 및 발전에 가장 깊이 관여한 로베르트 라스무센으로부터 지난 2월 이 방법론을 직접 배우면서 창의적 회의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매일 참여하는 회의를 관찰해보자. 어떤 사람은 자기 의견의 80%를 이야기하지만, 어떤 사람은 5%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는 개인의 성격 혹은 조직 문화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회의에서 큰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아이디어가 있으며 기여하고 싶어한다. 리더는 이들의 숨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끄집어낼 수 있을까? 라스무센은 “회의 끝에 상사가 ‘또 다른 생각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참석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게 만드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석자들이 평등하게 자신들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주어야 하며, 레고는 이러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를 활용한 미팅에서는 우선 각자 자기 의견을 3분 정도 레고로 만들도록 한다. 각자가 ‘자기 모델’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파워포인트 등 문서 중심의 회의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2차원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레고는 3차원으로 표현하도록 도와준다. 우리의 손은 뇌와 70~80% 연결되어 있다.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면 그만큼 뇌의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진다.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의 좌우명이 ‘손으로 생각하기’인 것도 이 때문이다. 2010년 레고사는 이 방법론을 일반에게도 공개해 누구나가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입체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보면 찰흙이나 기타 장난감 등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모든 회의를 이렇게 할 수는 없다. 다만, 중요한 사안에 대한 아이디어 도출 회의에서는 이러한 ‘입체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성인이 레고를 갖고 회의를 하는 모습은 ‘낯설게’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20대에서 70대까지 활용해본 결과 그런 우려는 전혀 걱정거리가 되지 못했다. 창조성이란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고, 숨겨진 의견을 끄집어내어 서로 연결하며,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것에서 나온다. 오늘도 우리는 지친 모습으로 회의장으로 향한다. 회의는 과연 지금처럼 해야 할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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