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7조 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돼있다. 1960년 4·19혁명 직후 신설됐다. 교사와 공무원을 부정선거와 독재정치 옹호에 동원한 이승만 정권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군사정권은 이들에게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게 ‘중립’인 것처럼 하위법으로 헌법 취지를 무력화했다. 그래서 종교적 자유는 허용하면서도 정치적 자유는 아예 봉쇄하는 쪽으로 선거법과 정당법 등에 못박았다.
노동부가 최근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면서 시행령을 적용했다. 노조법에는 ‘노조 아님’을 통보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는데도 시행령에 이를 만들었으니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한겨레>가 지난 4일 보도(‘법 위의 시행령’)한 것처럼 법치가 물구나무선 ‘하극상’ 사례는 많다.
근로기준법 제24조 1항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단순히 ‘경영 합리화’를 이유로 한 정리해고까지 사실상 인정해줬다. 판례는 “기업 경쟁력이 회복되면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근로자 지위가 향상될 수 있으므로 거시적으로 보면 이런 해석이 오히려 전체 근로자들에 이익이 된다”는 논리를 댔다.
이에 대전지법 김동현 판사는 “노동3권을 제약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이 회복되면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된다는 논리는… 논란이 많은 경제이론의 하나일 뿐이고 비판이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결국 2011년 3월 대법원은 정리해고에 항의하는 파업을 무조건 불법으로 본 데서 벗어나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해야 업무방해죄가 된다고 태도를 다소 바꿨다.(이상 <노동자의 변호사들> 참조)
유독 노동과 경제 분야에서 이런 ‘법치의 하극상’이 빈발하는 것은 아직도 경제민주화는 멀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