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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고명딸

등록 2014-01-12 19:15

새해 들어 선보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첩첩산중의 주인공을 찾아 연예인 몇이 자식 노릇을 한다는 설정이다. ‘신개념 리얼리티 관찰 프로그램’을 내세운 이 제작물의 출연자는 단출했다. 외딴곳에 사는 노부부와 자식뻘의 남자 넷, 여자 하나. 거기에 개 몇 마리가 양념처럼 등장했다. 첫 방송치고는 시청률이 나쁘지 않았던 이 프로그램에 고개 갸웃거리게 한 대목이 나왔다. ‘4남1녀의 외동딸을 소개한다’는 자막이다. ‘아들 많은 집의 외딸’은 ‘고명딸’이고 ‘외동딸’은 무남독녀를 이르는 말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인해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외동딸’은 ‘외동아들’(외아들)처럼 ‘외딸’을 귀엽게 이르는 말이다. 사전은 ‘외딸’을 ‘다른 자식 없이 단 하나뿐인 딸’로 설명하면서 다음 뜻으로 ‘다른 여자 동기 없이 하나뿐인 딸(독녀)’로 풀이하고 있다. 아울러 뜻풀이 뒤에는 참고 어휘로 ‘고명딸’을 제시하고 있다. 사전의 두 번째 뜻풀이에 따르면 ‘4남1녀의 외동딸’이 틀린 표현은 아닌 것이다. 그래도 이 경우엔 ‘고명딸’이라 콕 찍어 표현하는 게 낫겠다. ‘고명딸’이라 하는 것이 뜻을 분명하게 할뿐더러, 이 말의 어원을 밝혀보면 ‘외동딸’보다 한결 살갑게 다가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고명딸’은 ‘고명+딸’로 분석된다. ‘고명’은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고 맛을 더하기 위해 음식 위에 얹거나 뿌리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고명딸’은 음식을 만들 때 주재료 위에 예쁘게 장식하는 고명처럼 아들만 있는 집에 예쁘게 있는 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명딸’을 전남과 평안 지방에서 ‘양념딸’이라고 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고명딸’은 고명처럼 예쁜 딸이란 뜻이다.(21세기 세종계획 누리집) ‘고명’에 기대어 나온 ‘고명아들’이 없는 까닭은 그래서일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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