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강한 시진핑의 시대 / 성연철

등록 2014-01-16 19:06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바야흐로 시진핑의 시대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치·외교·군사뿐 아니라 경제, 사법, 당 기율까지 사회 모든 분야에 전면으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경제 청사진을 제시한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리커창 총리 대신 회의 초안 작업부터 주요 결정 내용 발표까지 도맡았을 때만 해도 권력 독점에 대한 전망은 다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시 주석의 거침없는 행보는 이런 물음표를 말끔히 떼어 버렸다.

12월 말 갑자기 베이징 시내의 만두가게를 깜짝 방문하더니 신년사에서는 처음으로 중난하이의 집무실을 공개했다. 가족사진과 애독 서적, 그리고 비밀 전화로 알려진 ‘빨간 전화’도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전파를 타고 세계에 중계됐다. 서구 정치 지도자들의 방식을 닮은 듯한 신년사 형식은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평이 나왔다. 치안·사법 분야도 ‘만기친람’했다. 연말 정치국 상무위원회의에서 직접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에 대한 치안 강화를 지시했다. 새해 들어서도 검찰과 경찰, 법원을 관장하는 중앙정법공작회의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까지 직접 주재했다.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시진핑 추어올리기에 나섰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은 30년 전 허베이성 정딩현 서기 시절의 솔선수범과 근검절약을 부각시키며 시진핑 학습 열기를 고조시켰다. <대공보>는 지난해 시 서기의 기업 현장 시찰이 경제를 주관하는 리 총리보다 갑절이나 많았다고 통계로 ‘입증’했다. ‘시-리 쌍두마차’, ‘리코노믹스’라는 말은 이제 쑥 들어가 버렸다. 한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3중전회 때도 도시 개발을 우선으로 하는 리 총리의 신형도시화보다 먼저 농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도농일체발전 개념이 중심이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등 ‘상왕’ 정치의 그림자도 말끔히 털어냈다.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 과정에서 장 전 주석의 위상은 크게 위축됐고, 후 전 주석과 같은 공청단파인 리커창 총리, 리위안차오 부주석, 링지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은 실권이 줄어들거나 미미하다.

하지만 시진핑 단일체제는 우려스런 대목이 없지 않다. 시 주석이 강조하는 공평 정의와 민생 안정은 강력한 ‘내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신장과 티베트 등 소수민족 지역과 국내 정치개혁 관련 인터넷 여론 단속은 더욱 강도가 높아질 것 같다. 한 30대 중국인은 “젊은이들은 직접선거 확대 등 정치 개혁 열망이 높지만 시 주석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시진핑식 처방이 시대에 맞지 않는 ‘각주구검’식 대증요법이란 걸 우려하는 것이다. 20년 만에 강화하고 있는 권위주의식 단일지도체제는 자칫 권력층 내부의 불만과 반발을 사 ‘집단지도체제’보다 정치적 불안정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국제적으로는 신형 대국 관계와 중화 부흥을 주창하는 시 주석의 성향상 동·남중국해를 비롯한 동북아 주변 정세도 긴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 대해선 이미 ‘일전불사’의 분위기다.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이 군부인 탓에 우려는 더하다. 시 주석은 7명의 상무위원 가운데 유일한 군 경력자다. 외교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영토 주권 문제에서 무르다는 평을 받은 전임 주석들과는 달리 강한 리더십을 보이려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의 외교적 균형 잡기는 더욱 난도가 높아질 수 있다. ‘강한 시진핑’이 국내외적으로 안정과 평화를 끌어낼지, 반발과 갈등을 초래할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