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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벼랑에 선 MBC, 위기의 한국 언론 / 김이택

등록 2014-01-21 18:42

김이택 논설위원
김이택 논설위원
최근 법원이 문화방송(이하 엠비시) 파업 참가자 44명에 대한 해고·정직 등 징계가 “무효”라고 판결한 뒤 회사 쪽의 반발이 거칠다. 이례적으로 반박 광고까지 내면서 ‘방송의 공정성은 노동조합이 독점하는 권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마도 판결문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모양이다. “공정방송 의무는 노사 양쪽에 요구”되는데도 회사가 “공정성 보장을 위한 여러 절차 규정을 위반하고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게 판결 요지다. 따라서 엠비시 노조의 6개월에 걸친 방송 사상 최장기 파업은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정당한 행위”였고, 노조가 파업의 이유로 내세웠던 경영진의 공정방송 방해 사례는 모두 “방송법과 단체협약의 공정방송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문은 못박고 있다.

회사의 행태는 판결이 무색할 정도다.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7명의 집은 지금 가압류 상태다. 회사는 노조를 상대로 19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노조 통장에 들어 있던 조합비 23억원과 함께, 간부들 개인 재산에까지 가압류를 걸었다. 파업 기간 봉급을 못 받은 탓에 파업 참가자 700여명 중 상당수는 아직도 대출금 상환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공정방송을 탄압한 경영진 대부분은 여전히 잘나가고 있는 반면, 파업에 주도적으로 참가했던 기자와 피디들은 마이크를 빼앗기고 화면에서도 사라졌다. 대신 파업 중에 뽑은 시용기자나 경력기자, 지방에서 올라온 기자들이 정치부나 법조팀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부서를 접수했다.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기자와 피디들이 돌아가더라도 화면에서 다시 보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보도’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판결문에 나오듯이 이명박 정부 시절엔 그나마 “<뉴스데스크>는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10여일 늦게 보도하고, … <피디수첩>의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은 보류됐다 뒤늦게 방송됐으나” 지금은 아예 그런 프로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다. 공정방송 하겠다는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들은 심의실이나 편성, 아니면 사업 부서로 내몰렸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처럼 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뒤로 한참 밀리고, ‘종북 뉴스’나 대통령 동정 보도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청률이 추락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비단 엠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케이비에스 역시 ‘땡박 뉴스’가 된 지 오래다.

문제는 이런 구도가 달라질 조짐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엠비시의 공정성이 이대로 무너지면 종편까지 가세한 수구보수 편향의 방송구도, 언론지형이 그대로 굳어질 수 있다. 선거조차 공정한 언론환경에서 치러지지 못하니, 자칫 일본처럼 보수 장기집권의 정치구도가 고착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럼에도 누구 못잖은 이해당사자인 민주당은 무기력증에서 헤어날 조짐이 안 보인다. 엠비시와 케이비에스 노조 동시 장기파업의 성과물이라고 할 국회 방송공정성특위조차 지난해 말 결의문 하나 달랑 내고 해산해 버렸다. 야당마저 다가오는 위기를 모르고 있으니 더 위험한 거다.

모든 걸 던져가며 ‘공정방송’을 되찾겠다고 싸우는 방송노조에 정치권은 물론 각계의 격려와 성원이 절실하다. 방송특위 자문교수단이 합의했다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의 특별다수제(3분의 2 이상 찬성) 등 지배구조 개선안은 물론 최소한 보도국장 직선 또는 임명동의제는 관철할 수 있을 정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덧붙인다면, 현재 고립 분산적으로 진행되는 지상파 이외의 ‘공정방송’들을 묶어내서 좀더 영향력 있는 매체로 키워 나가는 일도 함께 추진됐으면 한다. 손석희만 쳐다볼 순 없지 않은가.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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