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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공공부문 정상화의 길 / 박순빈

등록 2014-02-06 19:05

박순빈 논설위원
박순빈 논설위원
공공부문을 겨냥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결기가 요즘 매섭다. 과다부채와 방만경영이라는 고질병을 반드시 고치겠다고 한다. 솥을 깨어 버리고 배를 가라앉힐 자세로 전투에 나선다는 뜻인 ‘파부침선’(破釜沈船)의 각오까지 밝혔다. 반발하는 공공노조에는 달걀에 빗대 응수했다. “달걀은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밖에서 깨면 프라이밖에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개혁을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정부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공공의 비정상을 기정사실로 하고 일방적으로 정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전체 공공부문에 ‘비효율’ ‘방만’ ‘철밥통’ ‘부실덩어리’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덮어씌워 정상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정책 잘못에서 비롯된 문제까지도 공기업 탓으로 돌린다. 누워 침 뱉기다. 정부는 공공기관 소유 주체인 동시에 인사, 예산 등 거의 경영 전반에 대한 배타적 통제권을 갖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운영위원장이기도 한 만큼 경영과 관련해서는 법적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현오석 부총리가 공기업의 방만·부실경영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렸다면 직할 조직인 기재부의 책임을 먼저 따져야 한다. 공공부문 노조에 경영 참가를 허용해준 적도 없으면서 방만경영의 책임을 노조에 지우는 것이야말로 비정상의 극치다. 일부 기관의 복리후생비나 단체협상안이 과도하다 해서 방만경영의 사례로 꼽는 것은 초헌법적 발상이다. 임단협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에 따라 노사가 자율협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멋대로 줄여라 마라 할 수 없다. 공공개혁에 대한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보여주려면,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마치 전리품 챙기듯 사유화하는 낙하산 관행부터 없앨 일이다.

정상과 비정상은 상대적 개념이다. 그러나 현 부총리는 ‘공공은 작을수록 좋다’는 신념을 절대적 잣대로 삼아 객관적인 현실을 외면하는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각국 국민계정과 정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공공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2%로 33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다. 회원국 평균 45.4%에 견주면 15.2%포인트나 차이 난다. 전체 고용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초라하다. 회원국 평균 15.5%의 절반도 안 되는 6.5%로 전체 꼴찌다. 이 통계에는 공기업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0.3%에 불과해 넣어봐야 별 의미가 없다. 아무튼 국제비교한 우리나라의 공공 비중은 비정상적으로 작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474 목표’를 제시했다. 임기 말인 2017년에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라는 목표는 아무리 계산해봐도 뜬구름이다. 해마다 평균 17~19%씩 국민소득이 늘어나야 가능하다. 성장률 4%와 고용률 70%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잘하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관건은 고용과 투자 및 소비에서 공공의 비중을 높이는 데 있다. 예컨대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만큼만 커지더라도 늘어나는 일자리가 약 200만개다. 정부 추계로 일자리가 230만개가량 더 늘어나면 고용률 70%는 달성한다. 공공부문에서 거의 목표치에 이를 만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실을 직시하면 길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금처럼 근거 없는 추측과 허구에 터잡아 공공부문이 마치 문제투성이 집단인 양 흰 눈으로 보면 길은 없다.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공공부문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게 정상화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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