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까울새를 보았다. 서울 한강 언저리에서 찍어 올린 지인의 사진 덕분이다. 이름이 재밌어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나오지 않는다.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게 2006년 3월 홍도에서였고 그해 4월에 이름 붙여졌으니 그럴 법하다. 이 새 이름은 ‘꼬(고)까울+새’, ‘꼬까+울새’, 어느 것일까. 녀석을 보면 ‘고까운’(섭섭하고 야속한)이 아닌 ‘(알록달록 곱게 만든 아이의 신발이나 옷 같은) 꼬까-’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깜찍한 모습을 이름에 담은 것이다.
새 이름을 짓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생김새를 따서 이름 짓는 것이 하나이고, 몸짓의 특성을 따서 붙이는 게 다른 하나이며, 소리를 흉내 내어 부르는 게 나머지 하나다. ‘머리와 멱에 까맣게 검은 줄이 박혀 있는’ 곤줄박이, ‘정수리에 상모 모양의 노란 털이 두드러진’ 상모솔새는 생김을 딴 이름이다. ‘물속의 먹이를 잡아먹으려 숟가락 모양의 부리를 좌우로 흔드는’ 저어새, ‘방정맞게 머리를 깝작이는’ 깝작도요새 따위는 행동이나 습성을 담아낸 것이다. 부채꼬리바위딱새처럼 ‘부채처럼 펼쳐지는 꼬리’와 ‘바위, 자갈에 주로 앉는’ 습성을 엮어 지은 이름도 있다. 아나운서의 관심을 끈 이름은 소리를 흉내 낸 것이다. ‘뚜루뚜루’ 우는 두루미, 울음소리가 물레질의 그것과 비슷한 물레새 등이다. 의성어 ‘졉졉’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가 붙은 ‘졉이’가 제비가 되었고, 울음소리 ‘갗갗’에 ‘-이’가 붙은 ‘갗이’가 까치가 되었다는 얘기에는 수백년에 걸친 어휘변화가 담겨 있다.(<내 이름은 왜>)
새소리를 통역하려는 이가 있다. “새들의 의사소통 체계가 어렴풋하게나마 잡힐 듯하다”며 오늘도 새를 찾아 나서는 생태동화작가 권오준이다. 새소리도 통역이 될까? 스웨덴 웁살라대학 미카엘 그리에세르 팀이 발표한 ‘시베리아 어치들은 25가지 이상의 발성으로 복잡한 의사소통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는 철새 탓’ 따위의 주장을 쑥 들어가게 할 ‘새 지저귐 통역사’의 등장을 기대한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