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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해독·치유 / 강재형

등록 2014-02-16 18:45

바다를 건넜다. 몇 시간을 날아 도착한 그곳에서 이루려 한 것이 있다. ‘온라인’을 끊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공항에 내려 휴대전화를 켜니 저절로 로밍이 되었다. 이런, 기기뿐 아니라 몸도 ‘온라인’을 기억하고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다는 핑계로 로밍 상태는 유지하기로 했다. 완벽한 오프라인은 포기했지만 데이터 로밍은 하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따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어줍은 오프라인 세상을 이루리라는 야무진 생각은 잡지 표지를 보며 더 굳어졌다. 무료함을 달래려 들고 간 미국 시사주간지 한국판은 ‘디지털 해독을 위해 떠난 힐링 여행’을 표지 기사로 다루었다. 잡지는 최근에 가장 뜨는 여행 트렌드는 ‘디지털 디톡스’라 하면서 ‘디톡스’(독소 제거)의 뜻을 괄호에 넣어 풀이했다. 원어(de-, ‘제거, 분리’를 뜻하는 접두사)에 충실하려는 번역자의 생각이 담긴 듯하다.

몇 년 전에 처음 만난 ‘디톡스’의 뜻을 단박에 알아채지 못했던, 그즈음에 늘기 시작한 ‘힐링 요가’와 ‘웰빙’ 간판이 낯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힐링(뮤직)’은 2010년 ‘충청북도 행정용어순화자문회의’에서 ‘치유(음악)’로, ‘웰빙’은 2004년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다듬기’에서 ‘참살이’로 다듬은 말이다. 영어 ‘디톡스’(detox, detoxification의 줄임말)는 ‘몸 안의 독소를 없애는 일’로 2003년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수록된 단어이다. 외래어표기법을 따르면 ‘웰비잉[wel-bi:ŋ]’, ‘디탁스[diːtks]’가 되겠지만 외래어심의회 등에서 따로 다루지는 않았다. 언중은 이 용어들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해독’(460만여건)은 ‘디톡스’(1700만여건)와 차이가 컸지만 ‘해독주스’(1180만여건)는 ‘디톡스주스’(8만3천여건)를 앞섰다. 방송 프로그램 ‘힐링캠프’를 제외하면 ‘힐링’(350만여건)도 ‘치유’(600만여건)에 못 미쳤다.(구글) 언중은 쉬운 말에 끌린다는 방증일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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