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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좋은 발음 / 강재형

등록 2014-03-02 19:05

라디오 청취율 1위를 다투는 한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김연아 선수는) 새로운 ‘슬레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라 했다. 여자 진행자가 멈칫하는 느낌이 전파 너머로 느껴질 순간 남자 진행자가 “영어가 아닌, ‘설레임!’” 하며 잡아챈다. “아, ‘슬레임’이 아니라 ‘설·레·임’입니까?”로 되받은 출연자. ‘설렘’이 맞는 말이지만, ‘사투리가 귀엽다’는 청취자의 반응을 전하며 프로그램은 마무리됐다. 그런가 하면 그 옛날 어려웠던 청소년기를 얘기하며 ‘특수상고’를 졸업했다고 힘주어 말한 국어 선생님이 있었다. 그 학교가 ‘덕수상고’였음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묵동’(중랑구) ㅎ아파트 가자고 했던 손님, 혹시 싶어 되물으니 ‘목동’(양천구)이었다”는 택시 기사를 만난 적도 있었고. 모두 ‘ㅓ/ㅡ’ 구별이 모호한 경상 방언 때문에 생긴 일이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는 말씨가 엉망인 꽃 파는 처녀와 그의 말투를 다듬어 사교계에 데뷔시키겠다고 장담하는 음성학자가 나온다. 그의 호언은 현실이 되고 영화는 행복결말(해피엔딩)로 끝난다. [h] 음가를 제대로 내기 위한 ‘촛불 불기’로 [후]와 [하] 따위의 후음을 익히고, ‘입에 구슬 넣고 발음하기’처럼 조음기관 길들이기로 바른 소릿값을 만드는 방법 등이 영화에 나온다. ‘The rain in spain stays mainly in the plain’(스페인에서 비는 평야에만 내린다)을 되뇌며 [r]과 [l]의 소릿값을 익혀가는 주인공의 노력은 ‘제값’을 한다. 훈련으로 발음 바룰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좋은 발음, 곧 정확한 발음의 출발은 ‘법학[버박]’, ‘밑을[미슬/미츨]’, ‘그렇지[그러지]’가 아닌 [버팍], [미틀], [그러치]처럼 연음을 살리는 것이다. 모음 소릿값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6모음(ㅣ, ㅏ, ㅜ, ㅗ, ㅔ/ㅐ, ㅡ/ㅓ)체계’인 경상 방언 화자도 반복 훈련으로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누리집(www.korean.go.kr)의 ‘바른발음’은 좋은 발음의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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