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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의 창] 달마와 지방선거 후보자들 / 법인 스님

등록 2014-04-11 19:04

법인 스님 해남 일지암 암주.
법인 스님 해남 일지암 암주.
인도 향지국 왕자 출신의 보리달마는 중국 선종의 초조이다. 선종은 곧바로 인간 본연의 마음을 직관하고 깨달아 활발하고 창조적인 삶을 일상에서 전개하는 수행 가풍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선사들의 사고는 혁신적이고 일상의 언행은 거침이 없다.

불심 천자라고 불리는 중국 양나라 무제가 기묘한 형색의 이국인 보리달마에게 물었다. “짐은 그동안 많은 절을 짓고 경전을 유포하고 스님들을 후원하였습니다. 이 공덕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은근히 자부심을 보이며 묻는 황제에게 달마는 일언지하에 답했다. “공덕이라고 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무제는 내심 크게 당황했다. 달마의 요지는 외형적인 성과와 후원은 마음을 정화하고 진리를 드러내는 것에 비해 그리 자랑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깊은 선문답 이전에 당대의 최고 권력자에게 거침없고 당당하게 진실을 드러내는 달마의 ‘직설’을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민주사회에서 절대왕권의 군주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시민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의 정신에 근거하면, 시민의 선택은 바로 권력이 된다. 더구나 투표로 결정되는 선거에서 유권자인 시민의 힘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절대왕정 시대와 같이 권력자를 향한 어법과 몸짓은 21세기 민주사회에서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폐하의 크신 성은에 보은하기 위하여 신명을 바치겠나이다.” “오직 국민 여러분의 뜻을 헤아려 분골쇄신하겠습니다.” 유권자를 향해 허리가 앞으로 넘어갈 것 같은 아슬아슬한 90도 각도의 굴신하는 인사가 폐하께 조아리는 인사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안타까울 정도의 간절한 호소와 인사로 끝나면 그런대로 눈물겨운 애교로 넘어가겠지만, 심각한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무리한 공약과 품격 없는 공약을 내거는 것이다. 우선 품격 없는 공약은 이른바 대통령 마케팅이다. 특정 지역의 예비후보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을 선양하는 사업을 공약하고 있다. 기념관과 컨벤션센터 건립을 비롯하여 심지어 기차역과 도시에 ‘박정희’ 이름을 달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찌하여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이거야말로 블랙코미디이고 사이비 신흥종교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무리한 도시재개발 사업과 불필요한 시설공사를 공약으로 남발하고 있다. 이 헛된 공약들은 돈이라는 이기적 욕구와 지역감정으로 유권자를 교묘히 자극하고 유혹하여 당선부터 되겠다는 음모와 술수일 뿐이다.

민주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현명한 지혜와 선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는 시민의 눈과 손에서 혁명을 이루는 것이다. 속이 뻔히 보이는 공약을 알아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그런 후보를 거절하는 선택권을 발휘해야 한다. 또 하나는 달마가 양무제에게 거침없이 속내를 드러냈듯이, 정직하고 용기있고 매력적인 입후보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1865년 영국 하원의원에 출마했다. 당시 그의 선거공약은 경이로움을 넘어 바보스럽기까지 했다. “당선되어도 지역구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겠다. 당선 뒤에도 소속 당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지 않겠다. 선거에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 시민들은 그런 밀을 선택했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이들을 닮은 후보자가 출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민주사회의 절대권력인 시민들이 그들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보리달마와 존 스튜어트 밀을 통해 아첨과 진정의 차이를 알아차리는 밝은 지혜의 눈을 배웠으면 좋겠다.

법인 스님 해남 일지암 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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