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무섭고 속상한 뉴스들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지난주, 김태경 대표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밤늦게 책장을 뒤적이며 생각했다. 군홧발 통치 수십년이 끝난 다음, 1990년대부터 문화는 문화다웠다. 김태경 대표가 운영하던 ‘이론과 실천’ 출판사에서 좋은 책을 많이 냈다. 각종 사회과학 서적도 나왔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찍었다가 김 대표가 옥고를 치른 일은 유명하다. 내 기억에 남는 책은 미학 및 예술 이론서들. 잘 팔리지 않는 책일 텐데 정성껏도 만들었다. 우리는 사회를 보는 눈도 예술을 보는 안목도 ‘이론과 실천’의 책을 통해 길렀다. 1990년대의 한국판 백화제방을 향유한 세대로서 나 역시 김태경 대표께 빚을 졌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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