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노기 마레스케.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장군이었다. 러시아군의 기관총 포대를 향해 청년들을 돌격시켰다. 전투는 이겼지만 사상자가 너무 많았다. 졸지에 자식을 잃은 일본의 부모들은 원통했다. 하지만 노기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을 상황도 아니었다. 노기의 두 아들도 이때 전사한 것이다.
훗날 메이지 일왕이 죽자 노기도 자결한다. ‘임금을 따라 죽었다’며 군국주의자들은 좋아했지만, 이런저런 일화를 보건대 노기는 전쟁 이후로 줄곧 죽을 기회만 찾았던 것 같다. 착잡하다. 흉을 보자니 딱하고, 동정하자니 거북하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 마음이 더욱 복잡한지도 모르겠다.
김태권 만화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