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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세현 칼럼] 대미-대중 균형외교 절실하다

등록 2014-06-08 18:12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최근 북-일 관계 때문에 한·미가 외교적으로 약간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그건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더구나 아베 자민당의 집권 연장 목적이 달성되면 북·일 밀월은 지나간 소낙비처럼 잊혀질 것이다. 우리가 정작 위기감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건 미-중 관계다.

미-중 관계가 심상치 않아진 것은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다. 2009년 10월1일, 정부 수립 60주년 기념식에서 후진타오는 ‘중화부흥’을 선언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2기 출범을 앞둔 2012년 11월, ‘아시아 회귀’를 선언했다. 중화부흥은 중국이 천하를 호령하던 시절의 위상 회복을 뜻하는 것 같다. 아시아 회귀는 중화부흥 때문에 아시아에서 미국 국익이 침해당하는 것을 막으려는 정책이다. 중화부흥이 ‘중국의 꿈’이라고 규정한 시진핑은 작년 6월 오바마에게 “태평양은 미·중이 나눠 써도 충분할 만큼 넓다”고 말했다. 미국의 아시아 외교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데는 이런 전후 사정이 있다. ‘중화부흥’과 ‘아시아 회귀’가 부딪치면,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우리나라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미-중 관계가 장차 복잡해질 수 있다는 예측은 2000년대 초반부터 나왔다. 미국 전문가들은 늦어도 2050년, 이르면 2020년 전후해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G1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외교정책계의 대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2008년, <온 차이나>(On China)라는 저서에서 아시아의 맹주였던 중국의 부상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키신저의 권고 때문인지 몰라도, 2009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오바마는 자기 임기 4년 동안 대학생 10만명을 중국에 유학시키겠다고 했다.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중국 전문가를 키우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는 치밀하게 추진되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센카쿠열도 문제에 대해 일본 편을 들고 있다. 일본의 힘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남중국해상 섬들의 영유권 분쟁에 미국이 중국 반대편을 역성드는 것도 아시아 회귀, 대중포위의 일환이다. 지난 4월 하순 오바마의 일본·한국·필리핀·말레이시아 순방도 대중포위망 강화 차원의 행보였다. 그때 한·미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 구축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에 합의했다.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한·미가 찰떡공조를 한 셈이다.

한-미 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한-미 동맹 명분하에 하는 일들이 미국의 대중포위전략 차원에서 의미가 크고, 마침내 중국을 적대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을 적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일을 해놓고 장차 누구더러 그 뒷감당을 하라고 할 건가? 6·25 이후 우리는 60년 넘게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왔다. 경제도 미국 덕을 많이 봤다. 그 결과 이제는 G15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G15가 되는 데는 사실 중국 덕이 컸다. 1998년부터 대중무역에서 흑자가 매년 늘어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율배반적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만약, 어느 날 미국이 안보를, 중국이 경제를 지렛대로 삼아 양자택일을 요구하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굳이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국가 장래를 위해서는 한-중 관계를 지금처럼 끌고 가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6월 방중 시 대미-대중 외교의 균형을 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외교의 대미 편중은 여전하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 미-중 관계의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이달 서울에 올 시진핑과 손잡고 한-중 관계가 단단한 선린우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닦아야 한다. 그리고 명·청(明·淸) 시대 국제적 위상을 그리워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중국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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