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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칼럼] 잃어버린 9년의 교훈: 북핵문제

등록 2017-04-23 18:45수정 2017-04-24 22:32

정세현

지난 9년 동안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방치한 결과 우리는 장차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것이 이명박-박근혜-오바마 정부 임기 중의 일이었음을 강조하는 건 그 기간 중 북핵문제가 방치됐고 6자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6일 4차 핵실험 후 8개월 만에 5차 핵실험을 했다. 1차 핵실험 후 2차 실험까지 2년 7개월. 2차 실험 후 3차 실험까지는 3년 6개월 걸렸다. 그런데 4차에서 5차까지 주기가 8개월로 짧아졌다. 이건 북한의 핵능력이 그만큼 고도화됐다는 증거다. 앞으로 그 주기가 더 짧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김일성 생일(4월15일) 105주년, 인민군 창건(4월25일) 85주년 행사가 치러질 올해 4월 6차 핵실험설이 나왔다. 앞으로 6차 핵실험까지 성공하면 북한은 인도·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중이 북한을 옥죄는 이유는 그런 일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북핵문제 역사를 되짚어보면, 양자건 다자건 회담이 열리고 합의사항이 이행되는 동안만큼은 북한이 핵실험을 안 하거나 핵활동을 중단했다. 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자 미국 클린턴 정부는 바로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여 1994년 10월 ‘미-북 기본합의’를 도출했다. ‘미-북 기본합의’에 따라 북한 신포에서 진행되던 경수로 공사를 부시 정부가 중단시킨 2002년 말까지 북한은 8년 이상 핵활동을 중단했다. 반면에 2005년 9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합의해놓고 바로 그 다음날 부시 정부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시켰다. 그러자 북한은 즉각 핵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후인 2006년 10월9일 마침내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건 북핵활동을 막으려면 어떻게든 북한을 협상 테이블 앞에 앉혀야 한다는 걸 시사하는 대표적 사례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후 다시 6자회담이 열리고 북핵활동이 관리되기 시작했다. 2007년 2월13일에는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2·13 합의’도 체결됐다. 그런데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에는 협상도 교류도 안 한다”는 ‘비핵-개방-3000’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2003년 8월 이후 북핵 상황을 관리해오던 6자회담이 2008년 12월 이후에는 아예 열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선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2009년 1월 출범한 오바마 정부도 6자회담에 나갈 수 없었다. 결국 오바마 정부도 2010년부터 “북한이 선 비핵화할 때까지 인내하면서 기다리겠다”는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서 버렸다.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표방했지만 내용상 북한의 선 비핵화를 요구함으로써 스스로 ‘비핵-개방-3000’과 ‘전략적 인내’의 틀에 갇히고 말았다. 남북대화와 6자회담은 말도 못 꺼내게 했고 대북 압박·제재를 선도했다. 그 결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오바마 정부 8년이 겹치는 기간 중 북핵문제 관련 회담은 일절 없었다. 한편 북한은 이 ‘틈새시간’에 핵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지난 9년 동안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방치한 결과 우리는 장차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것이 이명박-박근혜-오바마 정부 임기 중의 일이었음을 강조하는 건 그 기간 중 북핵문제가 방치됐고 6자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차기 정부는 바로 그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임기 초부터 북핵회담 재개와 지속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4월6~7일 트럼프-시진핑 회담 후 미·중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내막적으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협공이 진행되는 것 같다. 한편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의 대북협상 실무팀 구성은 7~8월이나 돼야 끝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무튼 최근 한반도 정세동향을 보면 하반기에는 트럼프에게 “매우 위험한” 문제인 북핵문제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5월10일 출범하게 될 차기 정부에는 2~3개월의 시간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 외교안보팀은 미리 준비해서 이번만큼은 ‘줏대 있는 외교’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병행’, ‘협상과 압박 배합’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

평화협력원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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