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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최경환, ‘줄푸세’로 경제활성화? / 이경

등록 2014-07-01 18:20

이경 논설위원
이경 논설위원
기획재정부 직원들 가운데 ‘최경환 기대’를 품은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 같다. 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화려한 이력으로 보아 ‘합리적 기대’라고 생각한다. 우선 그가 ‘친박 실세’여서 정책 수행이 수월해질 수 있다. 다른 부처에 말발이 잘 먹혀 엇박자가 줄어들고, 청와대 지시대로 움직인다는 인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까진 그러지 못해 경제정책을 이끄는 으뜸 부서로서 자존심이 상했을 법하다.

또한 최 후보자가 인사 적체를 풀어줄지 모른다. 특히 공무원에게 승진은 열심히 일하게 하는 중요한 유인책인데, 현오석 부총리는 ‘약체’여서 그런지 이를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재계도 최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기업 친화적인 생각이 정책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그의 든든한 후원자여서 재계의 바람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최 후보자가 지닌 ‘힘’의 크기를 일러준다. 인사청문회 전인데도 이미 위력이 드러났다. 그가 지명 직후 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할 뜻을 밝히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장이 주파수를 맞추고 나섰다. 중립성을 중시하는 한국은행까지 호응했을 정도다. 그가 최근 몇 년 이래 가장 힘센 경제팀장이 되리라는 관측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최 후보자는 이런 힘을 바탕으로 경제활성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뜻을 에둘러 밝힌 바도 있다. 나는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실제로 경제성장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2.1%) 이후 계속 올라가던 성장률이 올해 1분기(3.9%)를 고비로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올해 전망치를 낮췄거나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아무래도 중산층과 서민층이 더 타격을 받을 수 있기에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하지만 걱정스럽다. 보도된 대로, 최 후보자가 무리한 방식을 쓰려고 해서다. 금융안정을 꾀하는 데 긴요한 주택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아마 그 수준이 단순한 미세조정에 그치지는 않을 듯하다. 이를 통해 아파트 등의 담보대출이 늘어 집값이 오르고 신규 분양이 늘면 경제에 활기가 돌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그의 구상인 듯하다.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위험한 시나리오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가 박 대통령 지론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며 기강은 세운다) 신봉자라는 점은 우려를 짙게 한다. 그는 주택 대출뿐 아니라 다른 규제들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세월호 참사 뒤 규제완화 정책의 재검토가 요구되는데도 그대로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세금 줄이기도 들고나오지 않을까 싶다. 며칠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법인세 인하 계획 등을 밝힌 바 있어 더 그렇다. 반면, 경제민주화는 빛도 보지 못한 채 고사할 것 같다. 속도조절론을 내세워 경제민주화에 딴죽을 걸어온 게 최 후보자이니 말이다.

경제활성화가 이런 식으로 추진되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당장은 성장률 등에서 효과가 나겠지만 지속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이런 내 생각이 그른 것으로 드러나면 좋겠다. 최 후보자가 지난해 9월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 말을 떠올려본다. “우리 새누리당은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고 그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착한 복지로 열매 맺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번 믿어봐도 될까?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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