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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월식 / 강재형

등록 2014-10-12 18:47

‘보름달, 지구 그림자에 먹히고 있음. 동녘 하늘 지평선 너머…’, ‘정말 달님이 먹히고 있어요~’, ‘지금, 거의 다 먹었다!’. 지난 8일 ‘붉은 달’이 두둥실 떠오른 밤에 벗들과 주고받은 메시지다. 해와 지구와 달이 나란히 늘어선 특정한 때 생기는 개기월식. 이걸 보며 너나 할 것 없이 ‘먹(히)다’ 하는 게 재밌었다. 정말 그랬다. 달 아래쪽부터 둥글게 드리워지는 지구 그림자가 야금야금 파먹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갉아먹을 식(蝕)’을 붙여 월식(月蝕)이라 하는 것이리라. 일본과 중국이 ‘먹을 식(食)’의 ‘월식’(月食)을 주로 쓰는 것에 비하면 한결 운치 있어 보이는 표현이다.

사전은 월식의 한자로 ‘月蝕’과 ‘月食’을 함께 제시한다. 중국과 일본도 月蝕을 쓰지만 빈도는 사뭇 다르다. 1920년 이후 자료를 찾아보니 국내 기사에는 月蝕이 3배 정도로 많이 보이지만 중국과 일본은 月食이 오히려 우세하다. 조선왕조실록은 어떻게 기록했을까. 뜻밖에 月食(405건)과 月蝕(33건)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영조실록까지는 月蝕이 번갈아 나오지만 정조 이후에 이 표기는 보이지 않는다. 월식이 34번이나 언급된 고종실록에는 月食만 나온다. 20세기 이후 月蝕이 널리 쓰인다고 해서 ‘우리는 月蝕, 중국과 일본은 月食(月蝕)을 쓴다’는 얘기는 정설이 아닌 것이다.

벌레들이 나뭇잎 갉아먹고, 헌책에 좀 쏠듯이 지구 그림자에 먹혀가는 붉은 보름달을 보며 ‘보름달’을 떠올린 사람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한 입 베어 물고 두입 세입 야금야금 파먹다 보면 없어지는 ‘보름달’ 빵 얘기다. 동글고 폭신한 빵 사이에 달콤한 크림을 떠올리며 흐뭇한 추억에 잠길 무렵 또 다른 ‘추억의 주전부리’ 뉴스가 나왔다. 이른바 ‘식중독균 웨하스 파동’이다. 또 다른 ‘웨하스 파동’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 없지 않다. ‘웨하스 파동’ 이야기는 다음주에 이어진다.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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