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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이주열 한은 총재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 / 이경

등록 2014-10-14 18:42수정 2014-10-14 22:12

이경 논설위원
이경 논설위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심기가 요즘 썩 편치는 않을 것 같다. 정부 경제팀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오스트레일리아 G-20 회의 때 이 총재와 만난 것을 두고 “금리의 ‘금’자 얘기도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최 부총리의 바람인 기준금리 인하에 공감했다는 뜻으로 들릴 만하다. 이 발언은 국정감사에서 한은의 중립성 논란을 빚는 빌미가 됐다. 안 그래도 최 부총리가 틈나는 대로 기준금리 인하를 주문했기에 그럴 소지가 있다. 한편에서는 이 총재가 최 부총리 주재의 청와대 서별관회의(거시경제정책협의회)에 참석하는 것에도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중시하는 ‘한은 맨’으로서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일이다. 연세대와 한은 후배인 최 부총리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짐을 지우는 형국이니 더 그럴 성싶다.

하지만 나는 이 총재가 이런 중립성 시비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중앙은행 책임자가 정부 당국자와 의견을 나누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예전처럼 한은을 ‘재무부(현재 기획재정부) 남대문출장소’ 정도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은이 경제현안에 대해 적확한 진단과 처방을 하고 이를 실행할 의지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이 총재의 행적을 지켜보면 걱정스런 면이 있다. 이달 미국 G-20 회의 당시 연 기자간담회가 이를 뭉뚱그려 보여준다. 우선 기준금리 조정 방향과 관련해 혼선을 일으켰다. 이 총재는 10일 “(정부와 한은의) 시각차에 대해 말이 많은데,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낳았다. 그러나 하루 전에는 가계부채와 자본유출 확대 위험을 들어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뜻을 비쳤다. 이러면 시장 참가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는 금리 조정의 득과 실을 두루 언급했다고 할지 모르나 파장은 그것과 다르다. 그는 8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앞두고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바 있다. 한은이 금리조정 과정에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낸 사례를 들면서 소통으로 신뢰를 높이겠다고 한 인사청문회 때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것도 그렇다. 이 총재는 “재정·통화 정책으로는 (경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 기업 투자를 막는 규제 개혁,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과잉보호 완화,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에도 두어 차례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규제 개혁과 노동자 보호 완화를 들먹인 점이 걸리긴 하나, 한은 총재로서 못할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구조개혁을 내세우는 데 걸맞게, 한은이 자신의 소임인 통화정책을 제대로 펴왔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째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를 밑돌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이 물가안정 목표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많다. 이 총재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데 대해 “한은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뿐, 물가안정에 긴요한 임금동향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별다른 언급이 없다. 한은은 얼마 전 국감 자료에서 “최근 1%대 초중반의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가상승률이 낮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대비되는 이런 모습을 보며 안이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은에 대한 믿음을 키우긴 어려운 것이다. 이 총재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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