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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집 걱정만이라도 덜어주길 / 박순빈

등록 2014-12-04 18:46수정 2014-12-07 11:25

박순빈 논설위원
박순빈 논설위원
내년 경제 기상도가 우울하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이 내놓은 경제 전망이 잿빛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예상치는 대부분 3%대다. 영국계 에이치에스비시(HSBC), 신용평가사 무디스 등 외국계 기관들은 3.0~3.1%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정도의 성장세를 이어가기도 벅차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임기 내 4%대 잠재성장률 회복은 물거품이 된다. 누적된 실질성장률 둔화로 잠재성장률마저 더 가라앉게 되면 정부가 짜놓은 중기 재정운영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유례없는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펴고 있는 최경환 경제팀으로서는 비상이 걸렸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며칠 전 이런 말을 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거시정책도 최대한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책 당국자로부터 이런 말이 나오면 더 불안해진다. 왜냐하면 정부가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펼 가능성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여건 변화에 따른 ‘신축적 정책 운용’은 ‘오락가락하는 정부’와 같은 말이다.

나라 안팎의 거시경제 여건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질 요소가 많아지면 소비와 투자 심리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불확실성을 최소화 또는 제거하는 것이다. 사돈 남 말 하듯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하다고만 해버리면 정부 자격이 없다.

정부가 맞닥뜨린 과제는 어느 것 하나 간단치 않다. 국내외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치밀한 국제 공조에 더해 국내적으로도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되어야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미 임계치에 이른 가계부채,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 양극화 심화와 중산층 붕괴, 갈수록 깊어지는 고용 불안과 노후 불안 등등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프다.

이럴 때 되새겨야 할 경구가 ‘선택과 집중’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기업이든 국가든 아래로부터의 압박이 있어야만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 수 있다. 정부가 하나라도 제대로 매조지도록 도와주려면 기대 수준을 확 낮추는 게 좋겠다.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해야 할 정책 과제 하나를 꼽으라면 주거 안정을 들겠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은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2년여 동안 공약은 흐지부지됐다. 서민 주거 안정이나 주거 복지보다는 부동산 경기 띄우기에 방점을 둔 정책들만 남발해왔다. 그 결과가 지금의 극심한 전세난과 집 없는 서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급증이다. 가계의 주거비 부담 증가와 주거 불안은 민간소비의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무릇 모든 정책은 목표와 방향이 뚜렷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 목표가 막연하거나 서로 충돌하는 요소들로 채워져 있으면 경제 주체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그러면 정책은 오락가락하다가 이윽고 실패하게 된다. 주택정책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뒤 지금까지 모두 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겉으로는 한결같이 ‘서민 주거 안정’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공급 중시의 낡은 정책들이었다. 건설사를 포함한 부동산업자와 금융업계, 또 집을 여러 채 가진 자산가들의 이해만 반영해왔다.

주택정책은 ‘국민은 누구나 최소한의 주거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헌법이 정부에 부여한 임무이기도 하다. 헌법 34조의 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35조 3항은 더 구체적이다.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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