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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1인당 소득이 3만달러가 된다는데 / 이경

등록 2015-01-06 18:36수정 2015-01-06 21:57

광복 이후 우리 경제의 성취는 눈부시다. 변방의 작고 가난한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한국은행이 공식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3년 13억달러이던 국내총생산은 2013년 1조3043억달러에 이르렀다. 실질가격으로 봐도 압축성장의 성적표가 도드라진다. 1954~2013년 국내총생산이 한해 평균 7.4% 늘어났다. 성장률이 7%면 10년마다 경제규모가 2배가 되는 점을 고려할 때 몸집이 어림잡아 70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총소득이 2013년 2만6204달러가 됐고, 올해에는 3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나는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소득이 이만큼 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을 1100원으로 치면 국민 1인당 한해 소득이 3300만원이라는 말이다. 이 금액에는 기업소득이 포함돼 있어서 실제 개인소득은 이보다 낮다. 게다가 불평등 현상이 심해 대다수 사람들에게 3만달러는 ‘그림의 떡’이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분석을 보자. 2010년 현재 개인소득자들의 평균소득이 2046만원인데, 1000만원 미만이 48.4%나 된다. 1000만원 미만 중에서는 3분의 2가 500만원도 못 벌었고, 100만원 미만도 적지 않다. 평균소득에 못 미치는 사람이 수두룩한 것이다. ‘국세통계연보’를 토대로 한 김 교수의 이런 소득분포 추정 결과는 2013~14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저소득자에게는 3만달러가 남의 얘기일 뿐이다. 여기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05%를 차지한다는 추계를 더하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알 수 있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정부 통계도 큰 차이는 없다.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지니계수가 2013년 0.348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6번째로 높은 것이다. 그만큼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얘기 아닌가.

<한겨레>의 전문가 대상 새해맞이 설문조사 결과도 이런 흐름과 맞아떨어진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두 가지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65.8%가 ‘빈부격차 심화’를 들었고, 다음이 ‘실업·고용불안정’(35.5%)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54.9%는 최우선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빈부격차 해소’라고 답했다.

불평등 또는 빈부격차 해소가 시급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가계소득 증대세제를 본격 시행하고 적정한 임금인상 유도 등 생산성과 임금 간 연계 강화”,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추진 및 위반 시 제재강화 방안 도입” 등을 밝혔지만 무게가 실린 것 같지 않다. 가계소득 증대세제가 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게 이를 뭉뚱그려 말해준다.

이경 논설위원
이경 논설위원
정부는 그런 가운데 노동시장 등의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많은 반대와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잘못된 적폐들을 그냥 방치해 두거나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경제를 살리는 데도 어려움이 있고 결국은 우리 후손들에게 큰 부담을 줄 것입니다. … 저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해야 할 개혁은 반드시 해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게 구조화한 불평등이나 빈부격차는 “경제를 살리는 데도 어려움”을 주는 “잘못된 적폐”가 아닌 것 같다.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불평등은 성장에 해가 된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박 대통령은 3만달러의 그늘 해소에 정녕 관심이 없는가.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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