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친구야!
지금 바로 본인의 손을 살펴보시게. 손바닥과 손등이 한 손에 함께 있네.
이 세상 그 어디 그 무엇도 모두 손처럼 양면성을 갖고 있네. 관념적으로는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내버리고 마음에 드는 것만 놔두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가 없네. 너와 나 이쪽과 저쪽도 마찬가지이네.
21세기 한국 사회의 화두인 세월호 문제도 다르지 않네. 차분하게 살펴보면 어두움과 밝음, 절망스러움과 다행스러움, 한심함과 감탄스러움이 함께 있네.
그러므로 삶의 문제를 잘 풀어내려면 삶의 양면성을 잘 보아야 하네. 만일 어두운 면만 보고 그에 경도되면 절망의 수렁에 빠져 삶이 소모적으로 되네. 반면 밝은 면만 보고 그에 경도되면 헛된 환상에 빠져 그 삶이 허망하게 되네.
친구야.
세월호의 양면성 중에 밝은 면을 기적의 이름으로 이야기하려고 하네.
“‘제발 살아 있어다오, 제발 함께 있어다오’ 하며 온 국민이 사람의 존귀함에 대해 눈뜨도록 한 세월호의 기적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미처 몰랐네,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잘할게’ 하며 온 국민이 스스로의 삶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한 세월호의 기적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세월호의 기적을 꿈꾸는 친구들의 기도문에 있는 내용이네.
며칠 전에는 세월호의 기적을 가꾸고 있는 현장, 광주에 다녀왔네. 빛고을 광주에서 마을 운동, 풀뿌리 운동을 하는 이웃들이 시민상주활동으로 생명중심, 안전중심의 광주를 꿈꾸며 광주천일순례를 하고 있었네.
참으로 멋진 상주노릇이라고 여겨졌네. 세월호가 일으킨 기적이 마을 마을에서 불타오르고 있음을 보았네.
순례하는 그들은 내내 자연스럽고 편안했네. 밝고 활기찼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았네. 당당하고 의젓했네.
시민 20여명이 생명중심, 안전중심의 광주를 만들자는 염원을 새긴 몸 조끼를 입고 노란 풍선을 흔들며 시내를 걷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네.
시민들에게 함께하자며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순례자들의 몸짓엔 뿌듯한 자부심이 가득했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인사를 나누고 달리는 차를 향해 풍선을 흔드는 장면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네.
잠시 쉴 때엔 둘러앉아 순례의 의미와 느낌을 나누는 이야기 시간을 가졌네.
물론 나도 함께했네. 함께하는 내내 참 좋았네. 세월호 아이들에게 온 국민이 함께 한 그때의 약속을 광주 땅, 광주 시민의 가슴에 새기고 실현하자며 노란 풍선을 들고 걷는 순례자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네.
아마 세월호 아이들도 순례자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져 저절로 환한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들 것이네.
아이들에게 했던 그때 그 마음 그 약속을 꽃피우기 위해 광주에서처럼 전국 곳곳에서 순례하며 노란 풍선의 도도한 물결을 이룬다면 아이들은 더 신나할 것이네. 그렇게 되면 진짜 우리가 바라는 기적이 현실화될 것이네. 온 국민이 나서서 마땅히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할 것이네.
모처럼 생(生)의 향기를 맡았네. 그곳에서 우리의 희망이 자라고 있음을 보았네.
문득 대통령께서도 눈물 흘릴 때의 그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좋으련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네. ‘반드시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씀했던 그 마음으로 국정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 간절했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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