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친구야, 오늘은 세월호의 기적을 꿈꾸는 현장, 조계사 생명평화법당으로 자네를 초대하고 싶네.
절 입구 일주문 안으로 들어서면 마당 오른쪽에 ‘생명평화법당’이라는 편액이 걸린 건물이 한 채 있네. 작고 초라하기로 말하면 대한민국, 아니 세계에서 제일 작은 법당이 아닐까 싶네. 그러나 의미로 보면 온 세상 생명들의 절절한 아픔과 염원을 온전히 품어 안으려는 대단히 큰 법당이네.
저간의 소식을 잘 전해주는 어느 분의 메모를 옮겨 보겠네. “모든 생명들이 있는 그대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진하는 법당의 빈자리라도 지켜보자’고 시작했는데 어느새 제 마음자리를 지켜보는 시간이 되어가네요.”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법당에 가는데, 아들아, 너도 함께 참여해보렴.”
친구야, 향기로운 사람의 풍모가 선하지 않은가. 하루, 아니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향기로운 마음으로 보내면 우리 삶도 좀더 향기롭게 되지 않을까 싶네.
돌이켜보면 3년 전이네.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한국 불교의 현주소에 대해 뼈저리게 성찰했네. 인류의 보편적 이상과 가치인 생명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불교의 진면목을 되찾자고 뜻을 모았네. 우리 모두 생명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불교인으로 태어나는 것이 진정한 쇄신이라는 믿음으로 말일세. 그 첫걸음으로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 실현을 위한 천일정진 마당을 마련했네.
짐작하겠지만 이 생명평화법당은 정말 인간적인 곳이네. 물론 다른 법당들도 본래는 그러지 않았는데 안타깝게도 어느 때부턴가 이웃의 아픔은 안중에 없고 자신만의 행복을 비는 이기적 탐욕의 현장으로 변질되어 왔네. 그 결과 불교를 하는 본인 스스로도 나날이 속물화되어 가고 있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네.
친구야, 여러 궁리 끝에 한국 불교의 1번지라고 하는 조계사에서 불교의 본래 취지대로 고통받는 이웃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정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뜻으로 법당을 만들었네. 그러니까 이 법당은 외롭고 슬픈 사람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정진하는 곳인 셈이네. 솔직한 바람은 이곳 조계사에서 피워 올린 생명평화의 불꽃이 전국 사찰 곳곳으로 번져 활활 타올랐으면 하는 마음이었네. 그리고 얼마 전에 천일정진이 끝났네.
그런데 천일이 끝나갈 무렵의 어느 날, 놀랍게도 ‘한반도 생명평화를 실현하려면 세월호의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며 그를 위해 천일 동안 매일 천번의 절을 올리겠다고 하는 친구가 나타났네. 시작한 지 벌써 백일이 지났네. 그는 오늘도 그 법당 앞에서 어느 젊은 청년과 함께 ‘세월호의 기적으로 진실과 화해의 물길을 열겠다’며 지극하게 절을 하고 있네.
친구야, 저들의 가슴속에는 간절한 바람이 있네. ‘누군가의 아픔을 아무 조건 없이 자기 아픔처럼 함께하는 그 마음은 인간이 일으킬 수 있는 최고의 거룩한 마음이다. 세월호가 온 국민으로 하여금 그 마음을 내도록 했다. 세월호가 일으킨 기적의 그 마음을 잘 가꾸어 우리 사회에 진실과 화해의 물길이 열리도록 국민적 순례와 야단법석이 펼쳐졌으면!’
우리 가슴에 수북이 쌓인 분열과 불신의 두려움을 녹여낼 거룩한 그 마음이 대통령 그리고 국민의 가슴 가슴에 가득 차오르게 하는 순례와 야단법석이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장관일 것이네. 자네가 나서서 불을 지피면 어떨까. 저 친구들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하겠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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