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ews)는 ‘새로운 것’(new)의 복수형이다. 한때 ‘북(N)-동(E)-서(W)-남(S) 사방에서 전해오는 기별을 한데 모은 소식’이란 그럴듯한 주장에 솔깃했던 적이 있었지만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어권이 아닌 다른 나라의 같은 뜻 표현도 ‘새로운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얻은 소득은 ‘뉴스의 어원 확인’만이 아니었다. ‘동서남북’을 서양에서는 ‘북-남-동-서’ 순으로 꼽는다는 것이다.
동가식서가숙, 동분서주, 동문서답, 동서고금처럼 방향을 짚을 땐 언제나 ‘동’(東)이 ‘서’(西)에 앞선다. 남남북녀, 남전북답(南田北畓, 논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뜻)에서 보듯 ‘남’(南)은 ‘북’(北)보다 앞선다. 우리 지도와 사전엔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동북아시아만 있을 뿐 ‘남동(남서/북동)아시아’는 없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방언 이야기>는 ‘동남 방언’, ‘서남 방언’, ‘동북 방언’, ‘서북 방언’, ‘중부 방언’, ‘제주 방언’으로 나눠 설명한다. 미국 델타항공에 합병된 ‘노스웨스트항공’(NWA)은 영어 순서(북-서)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서북항공’으로 불렸다. 자석을 다른 말로 ‘지남철’(指南鐵)이라 하는 것도 새겨볼 만하다. 방위를 매길 때 우리는 동-서-남-북 순으로 꼽은 것이다.
말은 문화다. 문화에서 말이 비롯한다. 방위 순서에도 문화가 담겨 있다. 서양의 ‘북동아시아’(Northeast-)를 우리 언어문화에 맞춰 ‘동북아시아’라 하는 건 그래서다. 유럽 관점에서 나온 ‘극동’(the Far East), ‘근동’(the Near East)이란 명칭은 ‘동아시아’, ‘서아시아’로 바꾼 지 제법 되었다. 영국의 패권이 한창이던 19세기에 등장한 ‘중동’(the Middle East)은 이렇다 할 대체어를 찾기 어렵다. 지리적 경계를 떠나 문화·종교적 무게가 가볍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중동’을 갈음할 말, 뭐가 있을까.
강재형 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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