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요 며칠 사이에 세월호가 일으킨 기적의 선물인 유가족의 육성기록물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었네. 저분들의 사무친 회한과 바람들이 가슴 깊이 젖어 들어왔네. 그중에서도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들이 옷깃을 여미게 했네. 세월호의 비극이 다시는 아이들의 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너무나 인간적인 마음 씀 앞에서 내 몰골이 한없이 초라해졌네.
친구야.
유족들이 토해낸 피맺힌 육성을 앞뒤로 짜 맞추어 옮겨보겠네. “평소 이웃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어요. 누군가의 고통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이들이 나를 사람 되게 한 거죠.” “내 아이밖에 몰랐던 제가 다른 아이들을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이들의 희생을 계기로 사람들이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는 것을 보며 ‘아! 희생이 헛되지 않구나. 저 희생을 값지게 하는 일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 써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이번 일을 겪어보니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잘 살아야 하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나를 철들게 한 셈이죠.”
친구야.
요즈음 장사 안되고 일 안되는 것이 마치 세월호 때문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데 과연 그런 건지 유족들의 절규를 들어보게. “우리들은 지금 세월호를 두 번 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세월호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실제는 그렇지 않죠. 일부 정치인 언론인들이 여론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거죠.” “지금은 실종자 가족들이 너무 안쓰러워요. 그들은 사회여론 때문에 눈치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저분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봐요.” “서해훼리호, 대구 지하철 사건 때 특별법을 만들고 대책을 세웠다면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만일 이번에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세월호가 불 보듯 하지 않겠습니까?” “세월호는 전부 왜라는 물음으로 시작되어 왜라는 물음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특별법을 만들고 대책을 잘 마련하면 대대손손 좋잖아요. 그런데 왜 세월호가 정쟁거리로 전락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304명의 기막힌 죽음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살 수 있는 안전한 한국 사회로 나아간다면 아이들의 죽음도 헛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어야 가신 분들과 유족의 한은 물론 국민의 상처도 치유되지 않겠습니까?”
친구야.
오늘은 몇가지 물음표로 마무리를 해야 하겠네. 저 피맺힌 슬픔, 아픔, 소망과 함께하지 않아도 우리가 인간다워질 수 있을까?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만일 비인간적인 복지국가, 선진사회, 통일한반도가 될 경우 그래도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반드시 세월호의 화두를 잘 풀어야 하네. 우리가 인간다워지기 위해 마땅히 그래야 하네. 지금은 세월호가 정쟁의 바다에 표류하고 있지만 틀림없이 온 국민이 모든 벽을 넘어 함께했던 기적 같은 거룩한 그 첫 마음들이 다시 들불처럼 타오를 것이네. 그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네. 조금 전에도 기적의 소식이 들려왔네. 저 멀리 지리산 실상사의 한 친구가 <금요일엔 돌아오렴> 1000권을 보급하겠다고 나섰다네. 봄이 오는 곳곳에서 세월호의 기적이 꿈틀거리고 있네. 자네도 기적의 불꽃이 타오르도록 하는 데 함께했으면 하네. 좋은 소식 기다리겠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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