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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청와대는 좋아지는 경제지표만 챙기나 / 이경

등록 2015-04-02 18:18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한국이 세계 금융위기를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빨리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시에 한 해 수백명의 인명 피해와 수조원의 재산 피해를 내는 수해에 대한 근원적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기초가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견강부회식 4대강 사업 평가에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겠지만 그게 지나쳐 객관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박근혜 정부도 그다지 객관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 3월18일 청와대가 내놓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성과’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제수석비서관실이 만든 이 자료는 전날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3자 회동 당시 문 대표가 한 발언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문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총체적인 위기다”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후퇴와 파기를 두고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야당 대표로서 결코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무척 불쾌했을 것이다. 그래서 반박 자료를 냈을 텐데, 의욕이 넘친 나머지 너무 나가 버렸다. ‘우리가 이렇게 경제를 잘 운용하고 있는데 웬 뚱딴지 같은 소리로 분위기를 깨느냐’는 투의 얘기를 담고 있다. 나는 청와대의 이런 반응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는커녕 걱정이 많아졌다.

자료를 한번 살펴보자. 맨 앞부분이 “우리 경제가 총체적 위기?”라는 자극적인 제목 아래 “지속적인 경제활성화 노력으로 우리 경제는 개선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위기론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활성화에 역행”이라고 돼 있다. 그러면서 위기론을 반박하는 근거로 “①2년 연속 경제성장률이 상승(2012년: 2.3%→2013년: 3.0%→2014년: 3.3%) ②작년 고용이 12년 만에 최고치 기록… ③주택거래량이 2006년 이후 최고치, 코스닥시장은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④지난해 S&P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을 들고 있다.

이런 지표만 보면, 우리 경제는 별 탈 없이 잘 굴러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왜 틈날 때마다 ‘저성장 고착화’ ‘디플레이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 우려를 들먹이며 은근히 위기론을 퍼뜨렸는지 모르겠다. 우리 편이 위기론을 펴면 괜찮고 상대편이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인가.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개선되고 있”다는 경제의 온기를 실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체감실업률은 2월 12.5%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청년실업률은 11.1%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1.1%로 경제성장률(3.3%)의 3분의 1에 그쳤다. 많은 사람들에게 경제 개선 효과는 남의 얘기일 따름이다. 이들 중에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도 이런 점이 걸렸는지 “다만, 지표상 개선이 국민들의 체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라고 덧붙이고 있으나 변명처럼 들린다.

이경 논설위원
이경 논설위원
청와대는 또 “박근혜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경제민주화 입법을 추진”, “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 맞춤형 대책으로 국민 주거안정에 기여” 따위의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 역시 일방적 진실일 뿐, 반론할 거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가 자신이 보고 싶은 자료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긴 어렵다. 청와대가 균형 감각을 찾아야 한다.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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