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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공직자 골프 / 박찬수

등록 2015-07-06 18:49

미국 워싱턴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 골프장은 그린피가 비교적 싼 퍼블릭이라 한국 교민과 주재원들도 즐겨 찾는다. 이곳에선 운 좋으면 미국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걸 멀리서 볼 수 있다. 백악관에서 가깝고 공군기지 안이라 경호가 손쉽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이 이 골프장을 자주 찾는다.

골프에 관대한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골프는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된다. 6월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고교 동창 3명과 코첼라밸리의 한 골프장을 찾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167년 만의 가뭄으로 물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 대통령이 물을 많이 소비하는 골프장을 찾아 라운딩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난이었다.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역시 큰 곤욕을 치렀다.

한국에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골프를 즐겼다. 박 대통령은 군 대항 골프대회를 연 적이 있다. 전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남대에 9홀짜리 골프장을 조성했다. 과거 군 출신 대통령들은 청와대 경내에서 뒤편 북한산 계곡을 향해 샷 연습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일대에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던 시절의 얘기다.

청남대 골프장과 청와대 경내 골프연습장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모두 철거됐다. 김 대통령은 “재임 중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직자들에게도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김대중 대통령도 다리가 불편해 골프를 하지 않았고,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은 가끔 골프를 즐겼지만 국민의 눈을 의식해 조심스러워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 국무총리는 3·1절에 골프를 쳤다가 결국 총리직을 그만둬야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9월에 공무원 골프대회를 열겠다고 최근 밝혔다. 미국 대통령도 가뭄에 골프 친다고 비판받는데, 온 국민이 가뭄과 메르스에 지친 시점에 굳이 골프대회 개최를 발표하는 건 호기일까 치기일까.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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